기다림은 여자의 숙명이다.
한국의 노래들은 이 기다림의 정서를 기조로 한 것들이 많다. 잘은 모르지만 다른 나라도 아마 그럴 것이라 추측한다. 포르투갈의 파두는 배를 타고 떠난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의 한을 노래한 것들이다.
특히 한국의 노래는 보통 시골이나 섬 처자의 가슴에 사랑의 감정을 심어 놓고 떠난 남자를 그렸다. 남자는 대개 서울 등 도시에서 흘러들어와 기약 없이 떠나고 만다.
흑산도 아가씨니 소양강 처녀처럼 무슨무슨 아가씨 무슨 처녀 하는 노래들은 거개가 다 그렇다.
남자는 무책임하고 여자는 지순한 존재로 표현되기 마련이라 여인은 언제나 수동적이고 애절한 한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사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걸.
<낭주골 처녀>의 고향인 영암을 다녀오다.
영암의 옛 이름이 낭주골이었다 하는데 굳이 정확하게 하라면 지금의 도갑사가 있는 골짜기 아랫마을, 즉 구림 일대의 마을이 낭주골이란다.
현재는 노을 진 고개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정인을 기다리는 처녀가 있을 법한 풍경은 아니다. 그저 예전 어느 때에 여가수가 낭주골 처녀를 애타게 불렀으며 그래서 멀고 먼 영암 땅이 사람들의 머리에 사부자기 들어 있다는 것 뿐.
이 노래가 없었다면 낭주골이란 이름조차도 우린 알지 못했을 터. 대중가요는 때로 엄청난 사회의 변혁을 가져오기도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은 예전의 그 사람들이 아니되 여전히 월출산의 달은 뜨고 지고, 그곳에서 흘러나온 한 곡의 애절한 노래는 그곳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입으로 불리고 있다.
월출산 신령님께 소원 빌었네
천황봉 바라보며 사랑을 했네
꿈 이뤄 돌아오마 떠난 그님을
오늘도 기다리는 낭주골 처녀
노을지면 오시려나 달이 뜨면 오시려나
때가 되면 오시겠지 금의환향 하시겠지
초수동 범바위에 이름 새겼네
영원히 변치 말자 맹서를 했네
용당리 나룻배로 오실 그님을
단장하고 기다리는 낭주골 처녀
노을지면 오시려나 달이 뜨면 오시려나
때가 되면 오시겠지 금의환향 하시겠지
낭주골 처녀 : 전순남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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