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별을 쫓는 사람들 : 싸이 신드롬

설리숲 2012. 10. 9. 23:05

 

 작금 음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Joshua Bell)이다. 뛰어난 재능과 천부적인 감성을 지닌 동시에 빼어난 용모로 인하여 전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음악이나 바이올린은 몰라도 조슈아 벨이라는 이름은 다 아는 정도이다.

 이런 그가 장난스런 실험을 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자신의 음악을 얼마나 아는지에 대한 천진한 궁금증이었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모자와 색안경을 쓰고 평범한 옷차림으로 지하철에서 연주를 했다. 당연 그의 본 실력대로 연주를 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앞을 지나갔지만 잠시 호기심으로 흘깃 시선을 주긴 하면서도 그것뿐, 멈춰 서서 그의 수준 높은 연주를 듣는 사람은 없었다.

 명확해졌다. 대중들은 음악을 모른다. 바이올린 연주를 모른다. 다만 그들은 조슈아 벨이라는 유명 스타를 좋아할 뿐이다. 결국 그의 음악을 좋아한 게 아니라 명성만을 우러르는 대중들의 전형적인 ‘셀레브리티 추종’ 현상이다.

 

 한국 가수 싸이의 서울시청 광장 공연에는 8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싸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인지도는 평범한 가수의 평균 수준이었다. 8만 명이 운집할 정도의 레벨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정말 누구도 예상 못한 엄청난 터닝포인트다. ‘강남스타일’ 동영상이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받으면서 그는 순식간에 월드스타가 됐고 그저그런 평균적인 인지도였던 한국에서도 믿을 수 없으리만치 높은 정상에 올라가 있었다. 정말 순식간의 대반전이다.

 한국의 대중들은 과연 싸이의 노래를 좋아했을까. 미안하지만 아니올시다. 자꾸 언급하지만 그저 그런 평균 수준의 보통 가수였을 뿐이다. 만약에 그 인지도상태에서 서울시청광장 공연을 한다면 과연 몇 사람이나 모였을까. 조슈아 벨의 경우처럼 싸이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적용된다.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노래가 수준이 높아진 것도 아니고 예전 그대로의 음악을 했을 뿐이다. 단지 어떤 경로를 통해 갑자기 높아진 명성에 사람들은 그 스타성을 우러르는 것이다.

 

 대중. 그 속성은 경박이다. 화려하고 향이 짙은 꽃으로만 몰려드는 나비와 같다. 경박하다고 해서 폄하할 수는 없다. 그것이 대중문화의 본질이고 원동력이다. 존재하는 이유다.

 어쨌든 싸이의 서울시청광장 공연 동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아 참 대단하구나. 8만 명이 합창을 하고 소위 말춤을 추면서 저렇게 광적으로 흥분하기도 쉽지 않다. 대중의 속성은 경박하지만 그러면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위대하다.

 

조슈아 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