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침묵의 숲이다.
한걸음만 바깥으로 나가면 완연히 봄기운이 충만한데 내가 거니는 이 숲은 적막하고 서늘하고 어둡다. 깊은 눈에 갇혀 있다.
털장화를 하나 장만하길 잘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침묵의 깊이.
눈이 내린 지가 제법 된 것 같은데 전혀 녹지 않고 고스란히 남은 겨울의 관념들이다.
이곳은 그들만의 별다른 세계.
문득 자연과 인간 사이의 공통점 하나를 깨닫는다.
숲과 바깥 세상의 차이처럼 목하 세상살이도 양극화의 암울한 환경이 아니런가.
세상은 너무나 다양하고 다변한 곳이다. 그것이 어떤 이들에겐 견딜 수 없이 무겁고 고단한 생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어 눈이 녹은 자리에는 엉겅퀴가 언제인지 모르게 파랗게 자라고 있다.
아직 마지막 한파는 남아 있을 터, 그날이면 이것은 자라지도 못하고 얼어죽을 테지.
산국도 싹을 틔운지 제법 된듯하다.
얼어붙은 계곡의 물가에도 계절은 어김없어 버들개지가 폈다.
유리산누에나방의 고치. 숲속 곳곳에 지천으로 매달려 있다.
그들이 떠나간 이 적막한 곳에 어느 날 문득 그 지저귐 들릴 때 양극의 두 세계는 재삼 그 간극이 좁혀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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