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청송 주왕산에 잠시 머물 때
숲의 많은 소나무들이 저런 상처를 가지고 있기에 물어 봤더니
일제시대 일본 놈들이 소나무에서 송진을 뽑아 내서는 항공유로 썼다고 한다.
태평양전쟁을 벌이면서 전투기 등의 연료를 금수강산 우리 숲에서 빨아 낸 것이다.
아하 식민지 건설이란 건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렇게도 알겨 먹을 게 많은 거구나.
바닷가마다 항구를 건설하여 배를 대 놓고 무지막지하게 쌀을 실어 가는 등
가져갈 수 있는 건 어느것 하나 남기지 않고 강탈해 갔다.
식민지 인민들의 참상은 얼마나 피폐했을까.
이민족의 침략은 다들 이러하다.
그 땅의 나무들마저 살륙을 당하는 핍박 받는 민족의 고통.
나는 내 살이 도륙을 당한 것처럼 몹시 기분이 아팠던 기억.
그건 오래 전의 일이고 옥갑산에 들어가 보니 거기도 몇 그루 저렇게 상처를 입은 소나무들이 있다.
60년 된 상처는 분명 아니니 일제의 만행은 아니고
근처 인적은 옥갑사 절 뿐인데 그 사람들이 그랬는지 의심해 본다.
절에서 쓰는 기름을 소나무에서 빨아 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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