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사로 들어가는 길은 멋들어진 길이다.
기괴한 소나무들이 각양각색의 자세로 도열해 있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들이 뒤어켜 있는 듯 하다.
양산 통도사의 그 멋진 소나무들을 보고 경이로움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법흥사의 소나무도 그에 못지 않다.
아쉬운 건 절집 마당까지 자동차가 드나드는 것이다.
입장료가 없어서인지 몰라도 보통 유명사찰이 주차장에서 내려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이르기까지 제법 긴 거리를 걸어 들어가는데 반해
법흥사는 주차장이 대웅전 바로 앞에 있다.
멋진 소나무길을 감상할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하긴 내가 편하자고 차로 들어가 그렇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걸어서 정취를 감상할 수 있긴 하다. 나 내 게으름 탓이지.
거기까지다.
소나무길만 아니면 사찰은 그저 그런 평범한 절집이다.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건 없다.
나같은 우바이들이야 무슨 신심이 있어 절을 찾는 것도 아니니
그저 건물이나 주위 풍광 따위를 구경하러 가는 거니까
그런 점에 있어서 법흥사는 그리 인상 깊다고는 할 수 없다.
법당에서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산책길이 그래도 제법 운치가 있다.
입구에서 만난 그런 소나무들이 다시 한번 몽환적으로 숲을 이루고
이어서 단풍나무 상수리나무 등 활엽수들의 울울창창 검푸른 숲이다.
주차장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이 참말 맑다.
정신이 다 개운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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