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장기도보 때마다 궁금한 게 하나 있었어. 여자들은 속옷을 어떻게 할까. 겉옷이야 빨아서 배낭에 주렁주렁 매달고 걸으면 되지만 속옷은? 아직도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렇고.
한데 올여름은 숨기고 자시고 할 게 없었지. 너도나도 경쟁하듯 주욱 빨랫줄에 내건 풍경. 하긴 속옷 등속은 자꾸 부끄럽다고 숨기니까 점점 부끄러운 거지 기실 몸에 입는 건데 부끄러울 게 뭐냐. 내건 사람도 보는 사람도 하나도 어색하거나 민망함 없이 무심하더라. 처음이 어렵지 누군가 젤 첨에 내걸었을 테고, 그리고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거든. 어때? 그러니까 훨씬 편한 도보여행을 할 수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