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그 밑에
<금정구>라 씌어진 이정표
그날,
가장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던 그 여름
그날,
저 이정표가 보이는 순간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무엇을 보려 무엇을 얻으려 그토록 천신만고 길을 걸어왔는지 나도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저 이정표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기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몸으로 얼싸안고 그들은 그렇게 뜨거운 열정을 살랐다.
했다 우리는 걸어왔다.
서울서 부산까지 우리는 영원히 늙지 않는 청춘을 가졌다.
그 여름에, 우리 모두는 그것을 확인했다.
내 인생에 영원히 남을 전설이 되었다.
겨울,
다시 길위로 나선다. 또다른 전설을 만든다.
겨울,
이번엔 횡단이다. 임진각에서 거진 바다까지.
애초에 이번 장기보도는 안 가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랬건만 전설같은 지난 여름의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도저히 가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떠난다 그리하여 저 북녘의 차운 바람 속으로……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은 청춘들이 그 겨울 속으로 걸어간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겨울은 가고 봄이 저만치 와 있으리.
문을 열고 길위로 나선다는 건 늘상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간밤에 엄청 눈이 내렸다. 세상이 온통 설세계다. 서울로 가는 밤기차를 타기 위해 강릉으로 떠남으로서 남보다 하루 먼저 이번 여행의 첫발을 내딛는다.
가방을 꾸리면서 사뭇 가슴이 뛰는걸,,,,
우리 생활이 이 쿵쾅거림으로 이어지는 나날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온다. 대설경보가 발령됐다. 강릉으로 가는 버스가 두절됐단다. 기차표는 끊어 놨는데...
눈이 무릎을 넘었다. 이러다간 계곡을 나가는 것도 차질이 생기겠다. 강릉 말고 다른 쪽은 교통상황이 어떨지 모르지만 더 쌓여 허리까지 차기 전에 얼른 산골을 내려가는 게 상책이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봄까지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
음미 뭔 눈이 이리 무작시레 온다냐.
200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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