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기다려도 기차는 오지 않는다.
아니다. 기차야 수시로 지나가지만 간이역엔 서지 않는다.
율촌역.
소담하고 깨끗한 역사의 외관과는 달리 역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 서울 용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기차는 부지런히 오고 가지만, 율촌은 버림받은 자식인 듯 그저 뜨거운 태양광선만 받고 누웠다.
율촌(栗村)
백제시대부터 밤나무골로 불리다가 면내 전역이 율전(栗田)으로 영성되었기에 신라 경덕왕 때 전국 지명을 한자식으로 표기함에 따라 율촌으로 바뀌었다.
1910년 한일합방 당시 관제변경으로 인하여 집강(執綱)을 면장(面長)이라 개칭하고 면명을 율촌으로, 또 면사무소를 조화리(稠禾里) 득실(得實)부락으로 이전하였다.
1930년 율촌역이 설치되어 교통여건이 좋아짐에 따라 면사무소와 경찰주재소를 현재의 여흥리(麗興里)로 이전하였다.
본 역은 지역 이름을 따라 율촌 역이라 하였다.
대합실 열차시각표는 그냥 여백으로 남았다. 기차가 한번도 서지 않는 역이지만
그래도 컴퓨터는 늘 켜져 있다. 역무원 혼자서 참 외롭기도 하겠다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면.
행정구역상으론 여수시에 속하지만 생활권은 순천에 속한다.
율촌 역을 찾아가기 위해 기차 편을 알아보았지만 기차는 서지 않고 대신 순천에서 시내버스가 다닌다. 여수에 속한 마을인데 여수에선 버스가 없고 순천에서 은혜를 베풀고 있는 셈이다.
제법 규모가 있는 면소재지라 버스가 자주 있는 편이다.(1시간에 1대꼴)
폐쇄된 율촌 역은 철도박물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기차는 반드시 서게 만들어야 하겠다. 철도박물관을 보러 가는 관광객이 기차가 아닌 버스로 가야 되는 상황이라면 우습지 않은가.
율촌면 전경.
저 뒤쪽으로 광양만의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율촌 역은 바닷가 한적한 옆구리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 작지는 않은 면소재지인데 기차 역이 폐쇄됐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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