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포도밭 그 사나이

설리숲 2008. 6. 6. 11:02

 

 마을에 과부가 하나 들어왔다.

 미모가 일색이라 사내 치고 군침 아니 흘리는 자가 없었다.

 박 선비도 그 중 하나여서 제 처도 자태 곱기로는 짜하건만 새로 온 과부가 몹시도 탐이 났다.

 여러 날을 두고 머리를 쥐어짜고는 드뎌 작업에 들어갔다.

 

 과부는 절세가인이지만 가세가 궁핍한 처지였다.

 박 선비는 그 집 계집종을 꼬여내어 한동안은 얼굴 알리는데 열심이다가 어느날 넌지시 본색을 드러냈다.

 "느 집이 먹고사는 게 어렵지 않느냐. 그래서 말인데 어쩌구저쩌구...

 내가 5백 냥을 줄 테니 손 한번만 잡아보자고 느 주인께 아뢰거라"

 

 계집종의 전언에 과부는 인상을 구겼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거 어려울 것도 없다. 손 한번 잡는데야 훼절이라고까지 할 수야 없지 않은가. 돈도 생기는데.

 

 그래서 오백 냥에 과부의 손을 주무른 박 선비, 그게 시작이다.

 계집종을 불러 이번엔 천 냥을 줄 테니 뽀뽀 한번 하잔다고 전하라 일렀다.

 과부 고심 끝에 그까짓 주둥이 한번 댄다고 닳는 것도 아니니 그러자고 전갈을 보냈다.

 

 그래서 천 냥에 과부의 입술을 맛본 박 선비.

 작업은 착착 수월하게 진행 중인데...

 다음엔 진짜로 과부를 안을 차례.

 계집종을 불러 여차저차 오천냥을 줄 테니 그것 좀 하자고 일러 보냈다.

 

 박 선비의 장인 되는 이가 가만히 낌새를 보아하니 집안의 재물이 자꾸만 새나가는 것이었다. 필시 사위놈의 소행임을 알겠으나 확증을 잡으려고 박 선비의 뒤를 미행하였다.

 그리고 과부의 집안까지 따라들어가 그 마루 밑에 몸을 숨겼다.

 

 박 선비 하는 거동 좀 보소.

 여인네의 아랫도리를 벗기고는 제 고쟁이도 내리까고 기세 좋은 그놈을 시위라도 하듯 여인의 거시기 앞에서 요란을 떤다.

 한번 언저리에 댔다가는 떼고 댔다가는 떼고 이번엔 옥문 근처에 댔다가는 떼고 댔다가는 떼고 주위를 돌려가며 희롱질을 하는데 죽어나는 건 과부다. 아이고 이 오살할놈, 사람 죽일라고 환장을 혔나. 정절이고 뭐고 필요없응게 얼른 달란말시. 고로크롬 애간장만 태우덜 말고.

 한데  박 선비는 짜장 과부를 죽일 작정인지 사뭇 거시기만 맴돌며 여인을 사경에 몰아넣는다.

 "아이고 선비님요... 지발 그러코롬 약만 올리덜 말고 얼른 찔러주시쇼잉? 그면 나가 내 가진 재산 만 냥을 다 줄텡게 잉?"

 그래도 선비는 찌를 염은 없고 언저리만 맴돈다.

 안달하는 건 과부보다도 마루 밑의 장인이다. 만 냥이 생긴다는데 귀가 번쩍 뜨였지만 사위놈의 행실이 뜨악하다.

 

 드디어 참다 못한 장인이 마루 밑에서 버럭 왜장을 쳤다.

 

 "야 이눔의 자슥아 얼른 찔러주지 않고 뭣혀!! 퍼뜩 찔르고 어여 집에 가자아!!"

 

 

 

 

 

 

 

 황간 포도밭에서 첨으로 카르마 님을 뵈었다.

 점잖고 고매해 보이기만 하는 분이 포도밭에서 육두문자 질펀한 음담패설을 늘어놓으신다. 그게 하나도 거부감이 없이 남자여자 모두를 유쾌하게 한다. 포도밭에 상쾌한 바람이 분다.

 

 

 

 

 왜 밑에 거시기 말고도 똥구멍에도 털이 나 있잖어.

 어느 여편네가 그게 싫다고 그걸 밀어 버릴라고 하는데 그 부분이 털깍기가 만만치 않어.

 그래서 내가 일러줬지.

 

 곤로불을 켜놓고 그 위를 빤쓰를 벗고 스리슬쩍 건너가란말야.

 

 그러다가 화상 입으면 어떡해유?

 

 아 누가 익을 정도로 하래? 그냥 김 굽듯이 스리슬쩍 넘어가란 말이여. 왜 김도 두번 굽는다 그러잖어. 슬쩍 한 번 슬쩍 또한번 털만 까실리게 말이여.

 

 포도밭에 또한번 웃음의 바람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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