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가은선을 따라서

설리숲 2008. 5. 29. 20:04

 

 이름이 예쁜 가은(加恩).

 원래는 점촌과 가은읍을 잇는 22.4km의 버젓한 철도였지만

 문경선이 개통되면서 점촌역과 진남역 구간의 노선은 문경선으로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9.5km 남은 가은선도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시난고난하다

 

 이제는 덧없이

 

 폐선되어 버렸다.

 

 

 풀숲에 덮여 버린 녹슨 레일을 따라 도보여행을 했다.

 

 

 

 

 

 폐쇄된 가은역은 철도박물관으로 만든다 하더니

 그대로 귀신 나올 것 같은 형세다.

 건물 자체가 목조건물의 독특한 양식이어서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긴 하다.

 역 앞에서 바라보는 가은 읍의 가로수가 일품이다.

 

 

 

 

 

 

 

 서쪽은 속리산

 북쪽은 월악산이다.

 거대한 백두대간에 둘러싸인 고장.

 눈을 들어 어디를 봐도 점첩접첨 산이다 

 

 

 길섶에 벚나무가 지천이다.

 먹음직스레 익은 까만 벚을 실컷 따먹으며 걷는다.

 물 한방울 안 마시고도 하루의 여행을 마쳤다.

 아 그 새콤한 버찌의 맛!

 

 

 

 

 진남역에서는 레일바이크를 운행한다.

 거리는 왕복 4km로 너무 짧아 감질날 것 같다.

 진남역을 중심으로 일대가 유원지다.

 눈을 들면 고모산성이 보이고 계곡에선 수상자전거를 운영한다.

 또 진남휴게소는 국도 치고 상당히 규모가 큰 휴게소로 오고가는 차량이 꼭 들르는 명소다.

 

 

 

 

 레일바이크 구간이 끝나자마자 레일은 다시 풀숲에 덮인다.

 전 구간이 이 모양이다.

 지금은 그럭저럭 철도 위로 도보여행이 가능하지만 저 수풀들이 자라 밀림이 될지도 모른다.

 

 

 

 5월 하순,

 여름이 바투 다가와 있어 날은 몹시 무덥고 쪘다.

 점촌 근처,

 강가의 숲이 오아시스처럼 사람의 눈을 가뿐하게 했다. 참으로 푸른 신록이다.

 

 가은선은 줄곧 영강을 따라간다. 하류에 다다르면 제법 큰 강이 되어 있다.

 

 

 그리고 레일 위의 도보여행이 끝났다.

 언제가 될진 모르나 내 좋은 사람들과 둘이 또는 셋이 또는 여러 명이 오붓하게 다시 다녀오고 싶은 여행이다.

 이왕이면 가을이 좋겠다.

 난 왜 가을에 갈급하는지 모르겠다.

 

 

                               고모산성 망루의 서까래, 여행자의 피곤한 눈을 새파랗게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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