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소변 변소

설리숲 2008. 1. 9. 19:34

 

 열린 세상이다. 누구라도 지나간 시절의 굴레를 벗어 버려야 한다. 좋은 시절이다. 과거에는 감히 생각도 못하는...

 요즘 유행어,

 - 이게 다 노무현이 때문이야

 그렇지. 노무현이 때문에 감히 대통령 각하께 이런 불경스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거지. 옛날엔 그대로 영창에 끌려갔는데. 


 당연 나는 여자와 남자는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추세는 점점 그렇게 변하고 있다. 아주 조금씩.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과거 오랜 세월을 통해 정체된 현상들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조금씩 세상은 변혁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요 정상적인 변혁이라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턴가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성을 바꾸는 게 유행이다.

 이박○○, 오한○○, 장윤○○ 등등, 즉 아버지의 성과 어머니의 성을 다 쓰겠다는, 그래야 평등한 것 아니냐는.

 나는 별로 마음이 가질 않는다.

 저 이름을 쓰려면 개명신청을 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 성을 바꾼 허가는 한번도 없는 걸로 안다. 타인에게도 법적으로도 인정을 받지 못한 이름을 임의대로 사용하고 있다.

 대체 평등이란 게 뭐지. 아직도 구석구석 산재한 불평등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일소하는데 힘을 써야지 기껏 성을 바꾸는 게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이박(李朴)이란,

 하나는 아버지요 하나는 어머니 성이겠다.

 그럼 아버지의 성은 어디서 왔는가. 할아버지다. 그럼 할머니는?

 어머니의 성은 어디서 왔는가. 외할아버지다. 그럼 외할머니는?

 해묵은 논란이지만 그럼 그들의 자녀는 어떻게 성을 만들어 줘야 하나.


 물론 거기까지의 대안들은 없을 테고, 다만 현재의 일부의 사람들만이라도 그렇게 변혁을 하는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것들을 동반 변혁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무난한 자세임을 안다.

 그렇지만 그것도 방향과 여파를 봐가면서 하는 게 옳지 대안도 없고 현재도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저런 행동들은 남자들에겐 물론이고 여자들에게도 상당히 반감을 갖게 한다.


 부모의 성을 함께 쓰는 일은 자기들에게는 상관없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 쓰기 싫은 것이다.

 가령 남궁 씨와 황보 씨의 자녀는 남궁황보나 황보남궁이 된다. 성이 길어 참 불편하다.  뭐 그 정도야 괜찮다. 도스토예프스키 따위 더 긴 성들도 있는데 그까짓거.

 이런 건 어떨까.

 아버지가 임 씨고 어머니는 신 씨면 ‘임신’이 되는데? 흠 그럼 ‘신임’으로 해도 무방하니까 그것도 됐다.


 그럼 아버지가 변 씨요 어머니가 소 씨면 '변소'로 할까 '소변'으로 할까? 흠 그건 좀 곤란하군.


 더 찾아보자.


 임마, 황보지, 노예, 강간, 설사, 변태, 손목, 사정(요건 쪼매 야하다), 고장, 유방, 조지, 도박, 사채, 방구, 염장(또는 장염), 감옥, 지옥, 천박, 범인, 정부, 모유(또는 유모), 유배, 성기, 주길(이걸 성으로 붙여 이름을 부르면 진짜 웃기겠다), 주차, 배신, 조심, 고민, 허황, 고추, 가지, 배추, 오이, 호박, 간장, 송장, 나방, 서방, 한우, 여우, 백원, 오강,  안심, 고기, 사태, 염소, 어이, 오양, 천민, 주범, 소박, 장어, 간신, 감봉, 계모, 고함, 가방, 안마, 음모, 오염, 남방, 반편, 차표, 피박, 염전, 현금……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름이 넉 자가 되겠군.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 것 따라한다고 좋아할라나 싫어할라나.


 아하!!

 그래서 아가씨들이 동방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남자들이, 그것도 꽃미남들이 넉 자 이름의 선두주자로 앞서 나가고 있으니 그래서 그렇게들 환호하나?

 유노윤호 최강창민 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

 미키는 부모가 서양사람인가 보네.


 페미니즘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난스러운 건 보기 좋지 않다. 오히려 많은 반감을 불러 역효과를 본다. 허울보다는 눈에 안보이는 저편 뒤쪽의 그늘진 곳에 먼저 시선을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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