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힐 것 같이 뜨겁고 텁텁한 공단을 걸어 나갔다.
고통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고진감래라는 말을 진작부터 배웠지만 문득 겪는 생활체험에서 그 말들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몸은 물초가 되어 있었다, 지루한 고난의 길 끝에 와락 펼쳐진 풍경. 바다.
다대포였다.
내게 그닥 낭만적인 느낌의 이름은 아니다. 언제던가. 북한 간첩이 침투한 곳으로 처음 접한 이름이어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다대포’ 하면 간첩이 동시에 연상되는 부정적인 이름이다.
내 마음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다대포 바다는 참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드넓은 백사장이 압권이다.
이 아름다운 해변은 그러나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들보다 인기가 덜하다.
낙동강 하구에 있어 오랜 세월을 두고 밀려온 모래 덕에 드넓은 백사장이 되었다.
해변엔 갈대가 무성한 넓은 습지가 공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업위락지구에서 해변으로 가려면 제법 걸어야 한다.
아마 그래서 여름휴양객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듯하다.
나그네에겐 이 한적한 풍경이 더욱 좋다.
습지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모래톱 사람들이 개미만큼 작아 보인다. 물신선이 된 몸에 태양열은 사정없이 작렬하지만, 일망무제 배래에서 간단없이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고 좋았다.
입수는 금지된 상태다. 그래서 더욱 한적했나 보다. 몇 년 전 녹조가 심해 해수욕장을 폐쇄했었는데 이번에도 그 이유 때문인가.
육안으로는 바닷속의 상태를 알 수 없었다. 그냥 거침없는 바람과 파도가 가슴으로 달려 들어오는 그 느낌만으로 좋다.
고성방가에 꼴불견 취객들 비척거리고, 쉼없이 시빗거리 난무하는 인근의 해수욕장들보다야 훨씬 근사하고 낭만적이다.
꽤나 오랫동안 물가를 소요하다.
달궈진 모래가 뜨겁다. 뜨거운 것도 매력이다.
곧 여름이 이울면 모래도 냉랭하게 차가워질 거다. 그때는 이 열기가 그리워질지니.
Carpe Diem, 지금을 즐기자.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있는 바다라면 더욱 좋아라.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 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전봉건 <사랑>
윤수일 :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