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제주를 표랑하다

설리숲 2025. 8. 25. 18:46

 

나는 날씨 재수가 없는 사람인가.

제주로 건너간 날 공항에서부터 비가 내리더니 일주일 내내 지짐거리며 궂은날이 이어졌다.

마지막 날 비로소 쨍하고 햇살이 쏟아졌다.

 

지금이야 한반도에 부속된 우리나라 땅이지만 원래는 지형도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외국이었다.

그래서 탐라의 모든 것이 이그조틱한 풍물이다.

날씨가 궂었다고 이국여행의 그 설렘과 매력이 반감되지는 않는다.

하늘이 흐렸어도 협재 물색은 여전히 푸른 에메랄드였고 검은 돌담 너머 밀감나무는 검푸르게 우거졌다.

바야흐로 수국의 계절이라 눈 돌리는 곳마다 블러시핑크나 바이올렛 빛의 수국이 지천이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 개선하고 교류하고자 떠나는 자는 철학자고, 호기심이라는 맹목적인 충동으로 떠나는 자는 방랑자다.

나는 방랑자다.

 

방랑자는 아무리 맨드리가 남루하고 매골이 수척해도 눈빛은 형형해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자는 자유분방하여 어디에서든 수줍음과 거리낌이 없다. 어쩌면 그가 진짜 철학자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럼 진정 방랑자는 아닌 듯 싶다. 그저 죽장망혜 동서표박의 만랑일 뿐이다.

그거면 족하다.

 

 

 

 

바닷물 밀려와 개개는 갯가에는 할머니들이 멍게 해삼 따위 갯것들을 팔았다.

2만 원이다. 무지 비싸다. 바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먹고 싶다.

짭쪼롬한 멍게 한 자밤 입에 넣고 씹으니 청청한 제주 바다가 그대로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비싸지 않다.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고 참맛일 것이다.

햄버거 김밥은 집 앞 편의점에서도 먹으니까.

 

므엇보다도 나는 제주에 가면 이 보말을 빠트리지 않을 것이다.

 

 

 

 

 

 

 

지짐거리던 비는 떠나오는 날 비로소 그치고 하늘이 말끔해졌다.

 

 

돌아오지 않는 먼 여행이 나의 버킷리스트다. 늘 그렇듯 제집을 찾아 돌아오니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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