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당진 면천읍성

설리숲 2025. 9. 17. 17:53

 

구석구석 별 시답잖은 것들을 들여다보는 레트로 감성여행.

오래된 거리를 걸으면 멀찌감치 누가 따라오는 것 같은 조바심 따위가 없어 좋다.

시간의 개념 없이 어느 한 시절 속으로 도피해 있는 듯한 낯섦과 안도감이다.

 

 

 

 

지금은 아웃사이더로 밀려나 있지만 예전에는 당진의 정치 경제 군사 중심지였다는 면천읍성이다.

지금 보는 성곽은 다 근래에 축성한 것이다. 성돌이 지나치게 새것이어서 이 레트로 풍경을 오히려 망치고 있다. 흔적만으로 남았던 원래의 낮은 구릉만 보존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것 말고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꼭 그만큼의 앤티크 감성을 풍기는 건물들이 산재한 거리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시골 마을.

한적한 거리는 눈에 띄는 주민들도 별로 없어 이런 데도 장사가 될까 싶은 책방이나 카페 등의 간판이 좀은 서먹하다.

어쩌면 수지보다는 관광용 콘텐츠로 운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거리의 테마는 콩국수다. 콩국수집이 여럿이다.

날이 더우니 시원하고 걸쭉헌 거 한 사발 들이마시고 싶은 생각 간절했지만 

그보다는 커피 한 잔이 더 마시고 싶었다.

 

 

실외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에 들어가 라떼를 한 잔 마신다라떼보다도 등줄기를 식히는 냉한 에어콘 바람이 즐겁다

한여름은 차츰 멀어지고 있어도 여전히 한낮의 더위는 맹렬해서 고풍스러운 거리를 구경하는 것도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이곳 면천의 브랜드 술은 두견주다. 두견화 즉 진달래로 담근 술이다.

상점마다 두견주를 판다는 쪽지가 붙어 있어 어떤 맛일까 호기심이 일어 한 병을 충동구매했다.

진달래 향내가 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역시 나는 소주가 좋다.

 

면천은 고려 개국공신인 복지겸의 고향이다.

복지겸이 몸이 아파 시난고난할 때 그의 딸이 꿈을 꾸었는데 신령이 현몽해 아미산의 진달래를 따다 술을 담그고 짚앞에 은행나무를 심으면 낫는다고 하여,

그대로 했더니 아비가 나았다고 한다.

 

두견주가 그 전통을 만들었을 것이고 객사 정원에 은행나무 노거수가 있다. 수령이 1,100년이라 한다.

 

 

 

 

 

모든 계절은 하나의 출발, 가을이 새로 열리는 곳에 씻은 마음의 청과(靑果)를 담아 내리라.

한 계절은 오고 하나는 또 가건만 빛과 열락(悅樂)을 금하는 계절은 없다.

삶의 욕구와 즈믄 소망을 못 갖게 하는 계절은 결코 없다.

 

 

어느덧 해가 많이 짧아졌다.

그림자 길어지는 저녁나절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조급해지는 계절이다.

 

 

 

 

 

 

 

 

 

              에어로스미스 : Dream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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