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도시투어 영천] 지붕 없는 미술관 가래실마을, 그리고...

설리숲 2024. 8. 5. 15:31

 

영천 여행.

별별미술마을이라 하는 가래실에 도착했다.

 

안동 권씨, 평산 신씨, 영천 이씨의 집성촌이며 재실과 정자, 가묘 등의 전통문화자원들이 있는 마을이다.

옛 정미소 우물, 토성, 폐가 등이 산재해 있다.

 

여느 곳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농촌마을이지만 여기는 세련된 예술공간이다.

경주를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하듯 이 마을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한다.

특구로 지정한 곳은 아니고 원주민들이 그대로 살고 있는 틈틈이 벽화와 설치공예 등이 전시되어 있고 공예체험장 역사박물관 미술관 작업실 카페 등이 들어와 있다.

 

 

 

 

 

 

 

 

 

 

 

 

 

 

 

 

 

 

 

 

 

 

 

 

 

 

 

 

 

 

 

 

 

 

 

 

 

 

 

여름 한낮의 뙤약볕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무덥다.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비와 폭염이 갈마드는 나날이다. 머리를 태울 듯한 햇빛에 습기가 가미한 이런 오후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막힌다.

어서 여름이 끝나야지.

아니 우선 장마라도 먼저 끝났으면 좋으련만.

 

 

넓고 호화롭지 않지만 골목길을 어정거리며 구석구석 숨어 있는 미술품을 찾는 재미가 있는 슬로시티여행이다.

다만 덥지만 않으면 담벼락에 기대서서 누군가와 마냥 통화를 하고 싶은 정취다.

 

 

 

 

 

 

 

구름은 순식간에 밀려와 물폭탄을 쏟고는 다시 또 폭염이 찾아온다.

하루종일 반복되는 변화무쌍한 날씨다.

 

 

 

 

 

 

폐선된 옛 철길이다. 영천여고 담장에서부터 금호 강변까지 길지는 않은 추억거리.

그닥 볼품은 없어도 이렇게라도 편린 하나 붙잡아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 게지.

이 재미없는 거리를 찾아올 사람 몇이나 될까 몰라도,

어쨌든 나처럼 부러 먼 데서 온 자도 있으니 옛 철로는 그만한 값어치는 하고 누워 있는 것일레라.

 

 

 

 

 

 

 

 

 

 

 

 

 

소설가 백신애와 하근찬이 이곳 영천 출신이다.

하근찬은 예전 한참 소설에 탐닉했을 때 고명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한국문단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은 대작가이지만 아직 한번도 선생의 소설을 읽어 보진 못했다.

 

성내철길숲이 끝나는 곳에 다리를 놓아 하근찬징검다리라고 이름붙였다다시 먹구름이 뒤덮으며 세상이 어둑신하다.

물이 분 강상에 간신히 징검다리가 드러나 있다금방이리도 잠길 것 같다.

 

잊고 있었던 하근찬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야겠다.

 

 

 

 

 

 

 

우로지 언하공단 옆에는 길게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삭막한 공단에 이런 멋진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괜찮은 발상이다.

어느 모퉁이에도 꽃은 피고 지고 아무튼 한여름은 활기차고 맹렬한 생명의 시절이다.

 

 

 

 

 

 

 

 

진종일 비와 폭염에 시달려도 저녁 무렵의 노을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몸을 치유하는지.

참 오랜만에 보는 석양이다.

늘 보는 풍경이 이렇게도 귀하고 대견하니 우린 소중한 것들을 늘 잊고 사는 족속인 게지.

 

 

 

영천에서 돌아와 하근찬의 소설을 주문했다.

내가 집에 없는 때에 배송 완료했다고 문자는 받았는데 밤에 돌아와 보니 물건이 없다.

이웃사람이 가져갔을 거라는 짐작이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고 어릴 때부터부터 들은 게 있지만 물론 헛소리다. 남의 것 훔치면 도둑이다.

열어보지 않고서야 책인 걸 알 리가 없으며...

 

가끔 듣는 뉴스의 피해당사자가 내가 되기도 하는구나.

속상하지만 뭐 잡을 수 없으니 그냥 잊을 수 밖에.

 

 

 

 

 

      조안 바에즈 : Diamond And Rust

 

'서늘한 숲 > 햇빛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당실의 여름? 혹은 가을  (0) 2024.09.13
[골목투어 삼척] 정라진 나릿골  (0) 2024.09.07
김민기의 고향 함열  (0) 2024.08.05
비 내리는 날 봉선사  (0) 2024.07.19
정선 정암사  (0)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