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비 내리는 날 봉선사

설리숲 2024. 7. 19. 10:45

전에는 무료였던 주차장이 얼마 전부터 유료로 바뀌었다.

 

아침부터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어두침침했다.

날이 궂은데도 사람들이 많다.

봉선사는 사찰이라기보다는 시민공원이다. 경내가 넓고 절의 상징격인 연못이 있어 여름날의 가벼운 산책 장소로는 그만이다.

연꽃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했다.

 

 

 

 

 

 

 

 

 

 

봉선사는 대개 한 번쯤은 가봤을 것이다.

또 얽힌 추억 한 자락은 다 있을 것이다.

우리의 소소한 추억들도 숱하지만 유명인들의 일화도 많다.

 

 

해방이 될 무렵 친일행각의 이광수는 근처 사릉에 숨어 살았다.

당시 봉선사 주지는 운허 스님으로 이광수의 먼 친척이기도 했다. 해방이 되자 운허의 주선으로 봉선사에 은거하다가 625 때 납북되었다.

 

유현상과 최윤희가 이곳에서 비밀결혼식을 올려 유명해지기도 했고

조용필도 이곳에서 결혼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큰법당이다.

건물은 모르겠고 한글로 큼지막하게 써 붙인 큰법당 현판이다. 이런 발상은 사람의 가슴을 열어 주는 기분 좋은 발상이다.

 

현판뿐 아니라 빙 돌아가며 건 모든 주련들도 한글이다.

중생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니 아예 들여다볼 생각도 없이 불전함에 돈만 넣고 돌아가곤 하지만 비로소 한글로 된 그것들을 한번씩 읽어보며 호기심을 충족한다.

 

 

 

 

 

 

 

 

 

 

 

 

 

 

 

 

 

 

 

 

 

 

 

 

 

 

 

도량을 다 돌아보고 나서 카페에 들앉아 차 한잔을 마시고 있으니 그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밖 숲에 뽀얗게 이내가 낀다.

연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온 골짜기를 뒤덮을 듯 소란스럽다.

 

그럼에도 여기는 참 안온하고 고요한 세상이다.

 

 

 

 

 

 

 

 

 

 

 

 

 

사랑은 언제나 사찰 일주문에서 날 기다리곤 했다.

세속도 아니고 불가도 아닌, 그 경계선인 산문.

동경은 하지만 여전히 들어가지는 못하는 우유부단 내 마음인 것만 같아 매번 대할 때마다 애달픈 느낌이 드는 일주문이다.

 

나의 연()과 연()이 그러하니 이제 애닯을 일도 없는데.

 

 

 

 

 

      한태주 : 연꽃 위에 내리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