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도 더 시도했던 것 같다.
다들 어찌나 빠른지 소수에게만 허락하는 경회루 방문이 나한테는 요원해 보였다.
여러 달의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예약 성공했다.
이게 그리 노력을 집중할 만큼 가성비가 좋은가 생각도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한번 들어가 볼 기회는 평생 없을 테니 소중한 기회이기는 하다.
예전 만원 짜리 지폐에도 들어 있던 경회루였는데 이젠 그 가치가 떨어졌는가 지금의 신권엔 대신 혼천의가 들어가 있다.
역사는 오래여도 지금 건물은 160여 년밖에 안 된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그간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우리 경회루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였다.
사방이 탁 트여 있어 폭염의 오후에도 시원하기 그지없다.
누워 오수를 즐기고 싶은 여유로운 공간이다.
방문객에 주어진 시간은 40분 밖에 안된다.
가장 특이한 건 액자형 창이다.
직선이 아닌 불규칙한 형태로 여유와 세련미가 있다.
밖에선 알 수 없었던,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경회루만의 독특한 양식이다.
경회지에 있는 두 섬인 만세산은 연산군 시절에 조성했다 하며 그 시절 이 못에서 흥청들과 어울려 향락을 즐긴, 이른바 흥청망청의 어원이 생겼다고 한다.
지난 5월 17일부로 ‘문화재’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대신 ‘국가유산’으로 공식 변경되었다.
정말 아름다운 국가유산 경회루.
폴 모리아 : 아리랑
아리랑은 애절하면서도 비장한 느낌이 드는 신비한 노래다.
이제껏 수없이 불리고 연주되어 오는 이 노래는 외국에서도 인기 있다 하는데 수많은 버전 중에서 나는 폴 모리아가 연주한 이 곡이 가장 좋다.
외국 악단이 연주하는 감성과 정서인데 아주 감미롭다.
어느 버전이든 아리랑을 들을 때면 잠시나마 애국심이 생기곤 한다.
이 아름다운 노래가 자랑스럽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경복궁에 가득한 한복이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저토록 많은 외국인들이 좋아한다는 건 한복의 매력이 넘친다는 말이다.
정통 복식은 아니지만 궁궐과 담장, 정원 풍경에 잘 어울리는 정말 아름다운 옷이다.
한복의 아가씨들이 가까이 옆을 스쳐 지나갈 때 들리는 사각거리는 옷자락 소리도 참 듣기가 좋다.
이런 한복이지만 정작 한국사람들은 불편하다고 안 입는다.
멀리서 봐도 확연히 구분된다. 한복 입은 사람은 외국인이고 안 입은 사람은 내국인이다.
비난할 수는 없다. 실은 나도 한복이 불편하긴 하다.
아름다운 한복을 한국사람들은 귀찮아하고,
세계가 인정한 아름다운 글자 한글을 가진 우리지만,
한국사람들은 한글 아닌 영어에 환장한 민족인 듯 광화문 밖 세상은 온통 영어 천지다.
해괴하고 씁쓸한 현실이다.
어쨌든 궁 안을 걷는 동안은 나는 민족혼 감성 충만한 애국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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