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건물도 고상한 카페들이 있고,
젊은 연인들이 있고,
여유로운 휴식과 낭만이 있고.
어디에 서 있든 커피향 너풀거리는 거리.
그보다는
지나는 사람들 모두의 얼굴 발그스름하게 물들이는
황금빛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거리.
가까이 산다면 무료한 오후 나절에 추리닝 차림으로 나가 어슬렁거리기 딱 좋은 거리인데
내게는 우정 스케줄을 잡아 다녀와야 하는 먼 도시이다.
이곳 용호동 가로수길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지만
인근 다른 거리에도 곳곳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다.
이것이 가을이네.
참 가을을 보고프면 에 한번씩은 다녀와야겠다.
낯선 곳 낯선 풍경 속을 거니는 이런 조촐한 여행이 좋다.
하릴없이 서성거리다가 인테리어 맘에 드는 커피집에 들어가 앉아 노닥거리는 기분도 좋다.
생각은 업이다.
머리와 가슴 텅 비는 시간들.
생각을 말자. 업을 허물자.
그러는 동안에도 창밖에서는 부지런히 시간이 가고 계절이 오고.
커피집 문밖을 나서면 어김없이 달려드는 현실감.
가로수길이 끝나는 때쯤 외돌아 나가면 용지호수가 있다.
창원은 곳곳에 소공원이 많은 도시다.
그중 용지못과 성산아트홀이 있는 이 일대의 공원이 제법 좋다.
이곳 용호동과 용지동의 동명은 이 용지(龍池)호수에서 유래되었다.
만추의 호수에 비친 풍광이 아름답지만 어쩐지 선득한 느낌이 든다. 겨울이 바투 와 있구나.
길가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살고 싶다.
수없이 밟히우는 자의
멍든 아픔 때문에
밤을 지새우고도,
아침 햇살에
천진스레 반짝거리는
이슬처럼 살고 싶다.
한숨과
노여움은
스치는 바람으로
다독거리고,
용서하며
사랑하며
감사하며,
욕심 없이
한 세상 살다가
죽음도
크나큰 은혜로 받아들여,
흔적 없이
증발하는
이슬처럼 가고 싶다.
황선하 <이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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