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전국 어디나 벚꽃 명소 이닌 데가 없어서 굳이 유명한 곳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그만큼 벚나무는 우리 일상속에 함께 있는 나무가 됐다.
언제부터인지 이팝나무도 부쩍 흔해졌다.
4월 환하게 봄을 밝히고 사라진 벚꽃에 이어 5월에 또다시 빛을 발하는 이팝나무 꽃!
이제 어디서나 보게 된 이팝나무인데 그중 명소라 할만한 데가 진천이다.
백곡천을 따라 약2km 늘어선 이들이 매년 이맘때쯤 뿜어내는 아우라는 가히 장관이다.
해마다 이곳을 찾곤 한다.
아름답지만 명성은 높지 않아 그 한적한 하얀 터널 속을 거니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올해도 화려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진천군에서 <이팝나무길걷기> 행사를 새로이 시작했다. 군에서야 지역 홍보용으로 이만한 콘텐츠가 없으니 섭섭하지만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호젓하게 즐기던 그간의 낭만을 이젠 누리지 못하게 되니 서운하긴 하다.
오늘은 어린이날.
간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이팝나무 가로수 아래도 흠뻑 적시었다.
아침 일찍 갔는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진즉에 와서 거닐며 사진놀이에 빠져 있다.
햇빛 밝은 날의 해사한 꽃도 좋지만 함초롬히 비 맞은 꽃송이들이 오히려 더 운치 있다. 이쁘게 내리는 비.
이 길을 따라 사뭇 먼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이는 우중의 가로수길이다.
날이 쌀쌀하고 하얗게 흩날리는 꽃송이들이 눈 내리는 겨울 같다.
을씨년스럽지만 아름다운 풍경이다.
앗! 역시나카메라든 언니오빠들 출현.
오늘도 나는 그들의 카메라에 멋진 모델로 들어 있을 것이다.
방문객들은 빨간 우산을 많이 가지고 왔습다.
사진을 찍기 위해 우정 준비한 소품이겠지.
지금은 너나없이 누구나 모델의 센스를 갖춘 시대다.
농다리를 건너 초평 호수를 보려고 했는데 여러 날 내린 비에 물이 불어 농다리가 잠겼다.
차안과 피안을 가른 요단강인 듯,
황망히 바라보고만 섰을 뿐.
님아, 저 강을 건너고 싶으오.
이팝나무 꽃마저 다 지고 나면 봄이 아닌 여름이다.
시간은 어찌 이리도 잘 가는지.
지금은 아스라한 봄밤.
엠마뉴엘 : Aquarelle et jeunes f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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