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강릉 월화거리 커피거리

설리숲 2022. 10. 10. 19:41

 

KTX가 들어오고 구 영동선이 폐쇄됐다.

강릉 시내를 지나던 옛 철로를 걷어내고 새로 조성한 테마거리가 월화거리다.

 

 

청춘시절에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해돋이 무렵에 정동진에 도착하는 열차가 있었다.

특별히 운행한 게 아니라 운행배차의 하나였고 청춘남녀들이 많이 타던 노선이어서 토요일의 그 열차는 늘 매진이었다.

서울이 아닌 강원도에 살던 나도 그것을 타려고 일부러 애인이랑 청량리로 가곤 했었다.

연인과 1박 2일 보내곤 싶지만 모텔을 가기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던 젊은이들의 차선의 선택지였던 셈이다.

 

이젠 가버린 추억이다.

낭만은 사치고 고속질주가 진리다. KTX는 순식간에 우리의 여행문화를 바꿔 놓았다.

근래 다시 토요일 밤에 그 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어쩐지 김이 빠진 모양새여서 옛 추억이 그립다.

 

 

 

 

 

 

 

 

 

 

 

 

 

 

 

 

 

 

 

 

 

 

 

 

 

 

 

 

 

 

 

 

 

어쨌든 옛 철로 자리에 생긴 월화거리는 경포대 일대 말고는 이렇다 하게 갈 데가 없던 강릉에 새 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월화거리’라는 이름에 대해 무슨 전설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닥 믿음성도 없고 급조해 낸 것 같은 느낌이다.

행리단 송리단 망리단 황리단 해리단 같이 남의 이름 따라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기특(?)하다.

 

 

 

 

 

 

월화거리와 안목해변의 커피거리가 강릉의 핫플레이스다.

바다와 모래해변을 근거지로 두고 늘어선 풍경은 제법 근사하다. 카페마다 만원손님으로 바글거린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밥보다 더 우위에 두진 낳는다.

개중엔 일종의 허영기로 커피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 듯하여 별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

가령 여기 왔다고 커피잔 사진 찍어 SNS에 올리기 좋아하는 족속들 말이다.

커피가 좋은 게 아니라 남들로부터 고상틱하다는 부러움을 받는 게 좋은.

 

뭐 아무튼 심사 비뚤어진 내 시선이다.

 

 

 

 

 

 

 

 

 

 

 

 

 

 

 

정선에 살 적에 어디 여행을 갈 땐 강릉터미널을 이용하며 드나들었다.

거의 내 나와바리처럼 여기던 강릉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젠 먼 지방이 돼 버려 계획을 잡고 떠나야 하는 여행지로 전락(?)했다.

세월은 인연을 끊기도 하고 새로 만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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