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여름이 끝나고 학암포에서

설리숲 2022. 9. 3. 23:25

 

철 지난 바닷가는 어떤 분위기일까.

태안 학암포 바다.

올 여름은 비만 내리더니 그 마지막까지도 비가 내린다.

바다는 가뜩이나 철이 지나 쓸쓸한데 오락가락 는개비에 바람이 거세다.

드넓은 모래톱에 몇몇 철지난 사람들이 왔다가는 거센 바람에 옹송거리며 추워들 한다.

나도 거닐다 어스름이 내려 텐트로 돌아온다.

밤이 깊어도 바람은 멈추지 않고 한밤중 언제인가 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텐트를 요란하게 때린다.

자고 나면 하늘이 열리겠지.

 

 

 

 

 

 

 

 

 

 

 

 

 

 

 

 

 

 

 

 

 

 

 

자고 나니 하늘이 열렸다.

빗방울은 멈추고 새소리가 시끄럽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었다.

느지막이 바다엘 나가니 해수욕객이 제법 많아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햇빛은 내리쏟아지고 이대로 여름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듯 제법 바캉스휴양지 같아졌다.

맨발로 구례포를 다녀온다.

햇빛과 파란 바다색을 마음껏 누리다.

 

 

 

 

 

 

 

 

  우리 말 참 어렵긴 하다.

 그렇지만 이런 공공장소에 저런 오류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윽고 다시 저녁이 내렸다.

정작은 서해의 노을을 보려고 온 것인데 첫날은 실패했고 둘째 날은 아주 좋다.

영락없이 노을은 해변에 붉은 색칠을 시작했다.

아침 해돋이의 노을도 좋아하지만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는 아침노을을 붙잡기 힘들다.

저녁을 먹고 노천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도 한잔 하고 어슬렁 바다로 나가 그때 비로소 시작되는 저녁노을을 볼 수 있는 서쪽바다가 그래서 나는 좋다. 고요하고 몽환적인 저녁바다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저무는 저 수평선 저 너머로부터 가을이 오고 있다.

 

 

 

 

 

 

   내 인생 가을이 오면

   사과처럼 익어가야지

   인생에 스며있는 향기

   단맛 나는 내음 사랑도 익어 가겠지

   내 사랑에 가을이 오면 그대 그리워해야지

   온종일 고추잠자리처럼 코스모스처럼 맴돌다

   맨드라미 정열 불태우겠지

   누가 생이 고독하다 말했나

   삶이 외로울수록 가을은 깊게 온다

   백일홍 붉은 꽃망울이

   시들기 전 뜨겁게 사랑해야지

 

                    김사랑 <내 인생 가을이 오면>

 

 

 

      김세환 : 하얀 모래 위를 맨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