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마음의 거리

설리숲 2022. 10. 2. 21:33

 

 

근래 어느 날 이범학의 노래 <마음의 거리>를 듣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태까지 ‘거리’가 street인줄 알았다. 그런데 잘 들으니 street이 아니고 distance였던 것이다. 어색한 느낌의 연인과의 보이지 않는 거리다.

 

젊었을 때는 막연히 따라만 불렀지 그 노랫말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돌아보니 모든 노래를 다 그렇게 가벼이 지나쳤다.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그 노랫말을 곱씹고 음미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손가락의 <새벽기차>는 도시를 떠나 훌훌 낯선 곳으로 여행한다는 다분히 낭만적인 가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연인이 죽은 내용이다.

아, 이렇게 처참하게 아픈 노래인 걸 이제껏 모르고 있었다.

 

하나더 예를 들면

김광석의 <바람의 불어오는 곳>에는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볼 수는 없지”라는 노랫말이 있다.

연인의 목소리가 들려도 절대 돌아보지 않겠다는 절박하고 결연한 심정이라니.

바람처럼 자유를 동경하는 사나이가 아닌 연인과의 끈을 끊으려는 무서운 결기가 숨어 있었다.

 

이렇게 다시 한번 모든 노래가사를 반추해 보면 참말 엄청난 반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제사 나는 철이 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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