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이다. 많은 횟수는 아니라도 하루 종일 기차가 드나든다.
막연히 동해바다 어디쯤이라고만 생각하고 내린 송정역.
지도를 보니 부산이다. 아하, 그 유명한 송정해수욕장이다
늦은 밤인데도 해변은 휘황찬란하다. 이미 피서철은 끝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렇게 야경이 호화로울 정도면 한여름에는 엄청나게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송정역에서 민박촌이 있는 뒷골목을 지나면 바로 해변이다.
해변가에는 번듯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민박촌 골목과는 극과 극이다.
고급 모텔과 펜션, 카페 음식점등 휴양객들의 돈을 끄집어내는 시설들이 대부분이다.
숙박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모텔은 많으나 죄다 고급 러브호텔이다.
이런 델 혼자 들어가기란 영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보통은 6~7만원이지만 피서철도 아니고 더구나 주말도 아닌 평일이라 4만원을 받는다.
그런대로 괜찮다.
2005년 11월 초에 동해남부선을 타고 부산으로 가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창밖의 해변에 끌려 예정에도 없이 내렸던 송정역.
그때의 감상을 짧게 적어 두었었다.
그때는 기차역 순례하는 재미로 참 많이도 기차 타고 돌아다녔다.
"송정역은 1934년 12월 16일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여 1941년 6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되었다.1976년 7월 차급화물업무를 중지하였다.여객승강장이 1개소이며 여객열차가 하루 22회 통과하고이중 12회는 송정역에 정차하며, 화물차는 17회 정차한다.송정역은 해운대역과 기장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철에는 피서객이 몰리는 곳이며최근에는 각종 영화촬영장소로 많이 이용되기도 한다.1940년 12워 건립된 송정역사는 목조단층 기와지붕 형태의 건물로경북 안동시 운산역, 경북 의성군 단촌역과 유사한 형태이며1940년대의 전형적인 역사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때 2005년 11월에, 송정역 안내판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 년이 훨씬 더 흘러 동해남부선은 완전히 사라지고 간이역이던 송정도 폐역이 되었다. 과연 십년강산이다.
대개의 한국 철도가 고속철로 대체된 현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간이역으로 정상운영을 하던 때보다 폐역이 된 지금이 사람이 더 득실글댄다.
사람들은 사라진 것 혹은 사라질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한 모양이다.
새로 단장한 역사에서 바라다 보는 바다는 그닥 별다른 느낌은 없다.
서글프다거나 아련하다거나 또는 그리움이라든가 하는 흔한 감정들이 조금도 없다.
시간의 흐름이란 것도 자꾸만 겪으면 감각도 무뎌져 버려 이렇다 할 상념도 생기지 않는 것이다.
다시 10년 지나면 또 어찌 변해 있을지. 역사는 그대로 남아 있을지.
나는 또 여길 오게 될지.
그 어느 것도 예측할 수는 없으니.
예전에는 동서양 공히 기차와 철로에 관한 노래들이 아주 많았다.
다분히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노래들이다.
이제 KTX나 SRT가 음속에 가깝게 질주하는 시대에는 더이상 기차에 대한 노래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폐역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내 마음에 느껴지는 감정은 단 하나,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엘렌느 : 저 기차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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