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대구 이월드 벚꽃이 절정

설리숲 2022. 4. 4. 18:55

 

 

다시 벚꽃의 계절.

이번엔 대구를 갔습니다.

 

이제 전국 어디나 벚꽃 명소 아닌 데가 없으니,

집에서 가까운 청풍호수도 화려한 벚꽃의 으뜸을 자랑하고

괴산 읍내에도 조촐하지만 벚나무 가로수가 있어 그 정취가 그만이지만.

 

사람 심리가 그래도 집에서 어느 정도는 멀리 가야 여행이라는 기분을 느끼니 올 벚꽃은 유명한 대구의 E월드에서 맞습니다.

 

워낙 짧은 개화기간이라 한 주 전엔 덜 피었고 담 주엔 다 져 버릴 것이기에 아주 제때 잘 찾아간 것 같습니다.

 

 

 

 

 

 

‘E월드벚꽃’이라 하지만 E월드는 놀이공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월드'지만 어른들에겐 그닥 재미는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쯤은 여유롭게 산책하며 둘러볼 만한 공원이기도 합니다.

(이랜드의 계열사라 공연히 걸쩍지근한 기분이 들고)

 

벚꽃을 목적으로 간다면 이월드에 들어가지 마세요.

벚나무는 이월드 밖 둘레길 가로수입니다.

우린 모르고 입장료를 끊고 들어가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왓는데

화려한 벚꽃은 주차장에 펼쳐져 있습니다.

 

 

 

하얀 꽃잎 흐드러진 가로수 아래 서 있으면 그만 세상은 봄입니다.

다른 상념 갈마들 틈 없이 환하고 예쁜 꽃잎들만 가득합니다.

비록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만의 행복이지만 오롯이 누리는 이런 행복이 살아가면서 한 해에 몇 번이나 있을까.

 

 

 

 

 

 

 

 

 

 

 

 

 

 

 

날리어 떨어진 꽃잎에 이미 봄이 떠나가고 있다는 조바심이 또 입니다.

매년 겪곤 하는 심사입니다.

괴산으로 돌아오니 여긴 아직도 겨울풍경인데.

 

어쨌든 화사한 한때를 보냈으니 올봄 역시 일말의 아쉬움은 없게 되었습니다.

 

 

 

 

 

 

 

 

 

               벚꽃의 꿈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가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 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 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

 

                                           - 유응교

 

 

 

 

 

 

 

 

 

 

 

 

 

 

 

 

 

 

 

 

오늘은 오랜만에 유정과 함께 걷습니다.

전보다 거꾸로 일이 많아져 바깥바람을 쐴 여유가 줄어든 친구라 이렇게 대구까지 동행하는 건 그로서는 일년에 한번 있을 큰 이벤트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내가 몇 번 더 가 본 주제라고 청라언덕과 김광석거리를 안내하여 기분 좋은 발품을 팔았습니다.

 

 

 

 

  장범준 :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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