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그 사람은
벌써 여러 번의 겨울을 보낸 시방도 소식을 모르겠다.
하기야 이 지방은 눈 한번 오지 않는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대설주의보가 있는 날 안동역엘 가니 여긴 쾌청하다.
남부 캘리포니아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어느 팝송도 있거니와 짜장 이곳은 눈이 없는 지방인가.
그런데
여긴 안동역이 아니다.
다른 곳에 새 안동역이 생기고 이곳은 역으로서의 흔적이 사라졌다.
[모디684]라는 생경한 이름이 떡 하니 걸렸다. 지도에서도 옛 안동역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첫눈 내리는 날 만나기로 했던 그 사람은 여기가 아니고 신 안동역 앞에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의 바람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로 저리로 불며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길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이 가득한 곳이 이리도 허망하게 사라졌다.
모디684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 레일도 완전히 철거되었다.
진성의 <안동역에서> 노래비만 남았다.
안동의 관광 프랜차이즈가 되어 명소가 되려 했는데,
낭군은 사랑을 저버리고 튀어버리고
영문도 모르고 혼자 남겨진 처자처럼
뻘쭘하게 남은 노래비가 자꾸만 민망했다.
새 안동역으로 이전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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