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안동역 아니고 모디684다

설리숲 2022. 1. 17. 21:05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그 사람은

벌써 여러 번의 겨울을 보낸 시방도 소식을 모르겠다.

 

하기야 이 지방은 눈 한번 오지 않는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대설주의보가 있는 날 안동역엘 가니 여긴 쾌청하다.

남부 캘리포니아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어느 팝송도 있거니와 짜장 이곳은 눈이 없는 지방인가.

 

그런데

여긴 안동역이 아니다.

다른 곳에 새 안동역이 생기고 이곳은 역으로서의 흔적이 사라졌다.

[모디684]라는 생경한 이름이 떡 하니 걸렸다. 지도에서도 옛 안동역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첫눈 내리는 날 만나기로 했던 그 사람은 여기가 아니고 신 안동역 앞에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의 바람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로 저리로 불며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길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이 가득한 곳이 이리도 허망하게 사라졌다.

모디684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 레일도 완전히 철거되었다.

 

 

 

 

 

진성의 <안동역에서> 노래비만 남았다.

안동의 관광 프랜차이즈가 되어 명소가 되려 했는데,

낭군은 사랑을 저버리고 튀어버리고

영문도 모르고 혼자 남겨진 처자처럼

뻘쭘하게 남은 노래비가 자꾸만 민망했다.

새 안동역으로 이전할지는 모르겠다.

 

 

'서늘한 숲 > 햇빛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협곡열차를 타고  (0) 2022.02.17
한국도로공사 : KGC인삼공사  (0) 2022.01.21
KGC인삼공사 : 페퍼저축은행  (0) 2022.01.03
현대건설 : GS칼텍스  (0) 2021.12.22
여수 고소 1004벽화마을  (0) 202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