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안성 해바라기

설리숲 2021. 8. 25. 22:20

 

 

 

해바라기의 계절.

1983년이었던가.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 <해바라기>를 보았다.

이미 전성기가 한참 지난 옛날 배우를 개봉관에서 보다니.

기실 70년에 제작상영했던 영화를 나중에 재개봉한 거였다.

 

소피아 로렌 특유의 무표정 연기는 정말 좋았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건 역시 광활한 해바라기 들판이다.

그것은 흔히 우리가 아는 노란색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오렌지빛 해바라기다.

거대한 바람이 들판을 휩쓸며 지나갈 때 일렁이던 해바라기의 물결.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돈값(?)을 했던.

 

 

 

 

 

우리나라에는 그런 광활한 해바라기밭이 없다. 그리 크게 농사를 지을 리가 없다.

다만 볼거리 차원에서 가꾸는 해바라기 명소들이 있다.

 

안성 팜랜드.

역시 보기는 아름답지만 영화에서 느끼는 광활함은 당연히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보는 해바라기는 키가 매우 작다.

어린 시절 까마득히 올려다보던 헌걸찬 그 꽃이 아니다. 집집이 화단에는 항상 맨 뒤에 심었던 큰 키의 꽃이었는데. 팜랜드의 해바라기는 코스모스랑 키를 재고 있는 수준이다. 다른 농장도 다 그럴 것이다. 분명 우리가 알던 그것과 품종이 다른 것임을 알지만.

옛 해바라기 품종은 멸종된 건가.

 

 

 

 

 

 

 

 

 

노란 해바라기가 절정을 이루면 서서히 여름이 끝나가는 계절이다.

 

어릴 때,

꽃잎이 지고 서늘한 가을바람에 팔에 소름이 돋을 무렵이면 단단하게 여문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 재미가 유독 남달랐었다. 맛도 있을뿐더러 별 놀거리 없는 꼬마들의 소일거리로도 그만이었다.

 

 

 

 

 

 

 

 

 

 

 

광활한 해바라기의 물결과 함께 또 하나 평생 감동으로 남아 있는 건 이 영화의 테마음악이다. 헨리 맨시니.

이 음악 하나만으로도 그이는 인류에 위대한 공헌을 한 것이라 나는 감히 칭송한다. 베토벤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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