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사들의 출사지로 각광받고 있는 경산 반곡지.
단 한 커트의 사진을 위한 방문은 그럴싸 하지만 여행지로서의 가성비는 좀 떨어지는 듯.
인터넷상의 사진들은 아주 멋지다. 사철이 다르고 하루 시간별로도 그 풍경의 느낌이 다르니 사진가의 시선에 따라 그 감성도 다양하다.
하지만 찍는 포인트는 대동소이다. 못의 규모가 크지 않으니 다양하지 못하다.
봄철의 복사꽃 풍광이 아름답고 해질 무렵의 노을 풍광, 그리고 이름 아침의 물안개 풍광 등이 근사하다. 이것들 대부분의 포인트가 단 하나 복숭아 과수원에서 건너다보는 왕버들과 수면의 반영이다.
폭우가 쏟아지고 왜바람이 심하던 여름날의 반곡지.
사위가 어두컴컴하니 여타 사진들에서 보는 근사한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습도 어둠, 그리고 우산이 찢길 듯 거센 비바람에 영상도 흐릿하고. 흑백사진처럼 명암만 가득하다.
그보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얄미운 할머니 이야기다.
주차장에서 할머니들 몇이서 천도복숭아를 팔고 있다.
다가가니 반가워하면서 얼른 큼지막한 머드러기 하나를 집어 한 조각 베어 준다.
주지 마시라고 손사래를 쳤는데 먹어 본다고 돈 받는거 아니라며 굳이 손에 떨군다.
맛이 있든 없든 살 생각이었다. 만원 어치 달라 했다.
이런 데서 파는 것들은 믿을 수가 없다는 개념을 갖고 있는 터였다. 위에만 보기 좋은 것 올려놓고 밑에는 지스러기들을 깔아 두는 것.
비닐봉지에 넣어 줄 때 확인하고 하고 싶었지만 혹 진짜로 그렇다면 할머니가 무안해할까 그만두고 믿거라 했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할머니는 옆에서 두어 개 덤을 더 넣는다.
믿거라 하고 받아 왔는데 역시였다.
밑엣것들은 죄다 이 모양이다. 한쪽 귀퉁이가 상했거나 어떤 건 물크러져 찔찔 물이 흥건하다. 상한 건 이렇게 골라냈지만 골라내지 않은 것들도 정상적인 상품은 아니고 알새가 작거나 못생긴 것들이 태반이다, 역시나 맨 위의 것 서너 개만 보기 좋은 과일.
어디 관광지에 가면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얼굴을 애절하게 쳐다보는 할머니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곤 해서 굳이 먹고 싶지 않아도 한 봉지 사곤 한다.
이런 내 배려가 조롱당한 기분이다. 시골 할머니라고 동정할 수가 없다.
돈을 받고 팔려면 일단은 상품가치가 있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어차피 첨부터 살려고 생각했으니 만 원이 아깝진 않으나
뜨내기 호구 하나 속여서 잘 팔았다고 좋아 느물거릴 그 심뽀가 불쾌할 뿐이지.
나는 당신을 생각해서 부러 상품확인도 안했는데 에구.
나의 노인혐오증이 터무니없이 생긴 건 아님을 다시 확인함.
하긴 내가 확인을 하고 따졌어야 옳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심뽀를 고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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