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프리카 근대路의 여행

설리숲 2021. 8. 18. 21:15

 

내게는 덥다는 이미지로만 각인된 도시 대구.

대도시지만 이렇다 할 명소가 없어 부러 찾아가게 되지는 않는 도시.

규모 큰 약령시장이 있어 그나마 찾게 되는 거리.

 

 

 

 

 

 

 

 

 

 

근래 근대골목투어의 여행지로 한창 부상하고 있다.

대구 중구는 ‘근대路의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골목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골목투어는 걸어서만 가는 여행이다. 차나 비행기로는 갈 수 없다.

그래도 이런 여행은 도보가 차보다 빠르다.

 

동산선교사 주택은 제중원(현 동산의료원)과 교회를 설립한 선교사들이 살던 곳으로 현재 스윗즈주택(선교박물관), 블레어주택(역사박물관), 챔니스주택(의료박물관) 등이 남아 있다.

 동산(東山)은 달성토성의 동쪽에 있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대구에는 이외에도 단순한 지명이 많다. 도심 앞에 있는 ‘앞산', 대구읍성 동쪽의 동성로, 서쪽의 서문시장, 북쪽엔 북성로 등이 그렇다.)

 

계산동 동산동 일대는 근대역사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청라언덕이 된 동산병원 내 언덕에는 근대 선교사들의 가옥과 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과나무도 있고, 100년 역사를 지닌 대구제일교회, 또 계산성당이 우람하게 서있다.

이곳은 항일운동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서상돈 이상화고택도 있고 3‧1계단이 이곳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대구 학생과 종교인들이 오르내리며 만세를 불렀던 3‧1계단은 90계단으로 부산의 40계단과 더불어 대구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 투어를 대구 여행의 중심으로 삼아 전의 신남역을 청라언덕역으로 개명했다. 청라언덕은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의 탄생지로 소개하고 있다.

 

 

청라언덕에 올라 나무 그늘로 그윽한 근대식 건물들을 둘러보고 90계단을 내려가면 이상화 서상돈 고택이다.

그러고 보면 이 대구야말로 민족의 저항정신이 뿌리 깊은 역사의 도시다.

일명 ‘TK’라 불리며 보수의 심장이니 토착왜구니 하며 조롱과 지탄을 받는 오늘날의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격세지감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서상돈고택을 빠져나와 뽕나무골목을 지나면 약령시장이 있는 약전거리다. 특유의 한약재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약전거리지만 한약은 일부고 젊은이들이 찾는 대구의 중심거리다. 부산으로 치면 서면과 같은 곳이다.

지도를 놓고 보아도 도시의 한가운데다.

 

 

 

 

 

 

 

 

 

 

 

 

 

 

 

 

 

 

 

 

 

 

 

 

 

 

 

 

 

이 도시의 다른 이름은 대프리카다.

분지형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그런데다가 대도시라 한여름 무지막지하게 내리붓는 태양열과 포도에서 반사하는 지열, 빌딩 외벽에서 발하는 복사열, 건물마다 내뿜는 에어콘 배출열에 자동차 배기가스까지 모든 조건을 다 갖췄으니 덥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8월 초.

지옥의 거리다. 날씨만 선선하여 쾌적하다면 지극히 아름다울 이 거리의 오후 한나절은 극기훈련이다.

 

돌아와 거멓게 탄 거울 속의 나를 본다.

누군가는 그럴 테지. 여름휴가 잘 다녀왔나 보다고.

 

 

카메라는 더위와 추위를 찍을 수 없다.

사람 살기 열악한 아프리카 풍경을 사진만 보고는 아름답다 한다.

 

 

 

 

 

그리고 유명한 서문시장. 대구는 시장이 많다.

그중에 서문시장은 내가 아는 한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듯하다.

정치인들이 걸핏하면 가서 어묵꼬치나 순대국 먹으면서 서민 코스프레하는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문닫은 상가가 많다. 신천지 이후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연일 나오고 있어 대프리카의 여름날은 더운데 시장은 썰렁하다.

 

 

 

달성공원 앞의 옛 삼성상회 터.

이병철의 삼성왕국이 태동한 곳이다.

40명의 종업원으로 청과물과 건어물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네 시작은 미미하다’고 하지만 종업원이 40명이면 시작부터 그리 작은 기업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때도 이곳 서문시장 주변은 사통발달 교통의 중심지여서 온갖 물산들이 집산하는 경제중심지이기도 했다. 이런 유리한 입지조건을 발판으로 몸을 불려 지금 글로벌기업이 된 삼성.

 

이재용이 8‧15 특별가석방으로 풀려나왔다.

유구무언이다.

정의. 공정.

 

 

 

 

 

 

           모노 : Life In Mono

 

 

 

 

한국의 아름다운 길 백 번째

이 '길' 테마의 시작을  대구에서 했는데 100번째의 글이 다시 대구.

의도하지 않았는데 공교롭게 짜 맞춘 것처럼 되었다.

그때는 겨울, 지금은 여름.

나를 깨우는 북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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