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도시 투어 수원

설리숲 2021. 7. 7. 23:21

 

 

 

 

 

 

 

도시에는 많은 집들이 있다. 많은 창과 불빛과 많은 사람과 셀 수 없는 골목들이 있다.

이러한 도시는 나를 미아로 만든다. 분명히 그렇다. 도시는……

길이 많아서 걸핏하면 길을 잃곤 한다.

 

루소는 ‘도시는 인류의 쓰레기 터’라고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아무리 그래도 도시는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건 확실하다.

그러니 온갖 사람들이 모여들어 바글거리지.

 

나는 태생이 산골이라 여전히 시골에서 사는 걸 행복해 하지만

하루라도 아니 며칠 이라도 놀기엔 도시가 좋다. 구경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고,

사람이 많으니 갖가지 인간군상들 대하는 것도 얼마나 재밌는지.

 

 

 

 

 

 

 

장마가 시작되었다.

푸지게 비 내리고 무시로 돌풍이 거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수원 화성 성곽을 넘어 행리단길을 걷는다.

서울의 경리단길이 유명하니 수원 행궁동 거리에 붙인 이름이다.

비 내린 거리는 엑조틱하다. 아주 오래 전에 본 영화 <쉘브루의 우산>에 나오는 거리 같다.

경리단 망리단 황리단 등의 이름을 붙인 거리는 보통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이국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이 뒤섞인. 게다가 비까지 내린 거리.

 

 

 

 

 

 

 

 

 

 

 

 

 

 

 

 

도시투어의 매력은 세련된 볼거리 말고도 먹을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맨 음식점이고 맨 카페다.

맛집거리까지 포함하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행리단길과 공방거리, 그리고 벽화마을과 수원천, 화성성곽을 연결하는 수원 도심투어는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때로는 길을 잃어도 불안하지 않다.

저만치 구불어 돌아간 골목 끝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으면 낭만 방랑자 같은 기분이 들어 오히려 스스로 나이브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운영자라는 감투를 벗었다.

별건 아니지만 마음만으로도 짜장 자유로운 영혼이 된 듯 훨씬 홀가분하다.

그 기념으로 나선 도시투어 수원.

 

 

 

 

 

      프랑수아 펠드망 : 마법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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