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교동도 대룡시장을 아시나요?

설리숲 2020. 12. 23. 23:39

 

 

이 곳도 나름의 아픔이 있는 섬이다.

교동도는 강화도에 속하여 있고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부속섬이지만 원래는 황해도 연백군이었다고 한다.

6·25때 피난처로 일시 이주했던 연백 사람들이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망향의 애절함으로 살다 간 섬이다.

 

교동도는 지척의 강화도와 가까운 거리지만 해협의 기후가 열악해 두 지역은 모든 면에서 이질적이었고 오히려 연백과 같은 문화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피난을 온 듯한데.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은 연백의 거리를 본따 시장거리를 만들어 삶을 영위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대룡시장이다.

현 시장통의 건물은 죄다 그때의 건물이라 한다.

한때 제법 번성한 상업지역이었지만 실향민 1세대 어른들은 다 돌아가시고 인구도 현저히 줄어든 지금 시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2~3세대 후손이다.

 

 

 

 

 

 

 

 

 

교동도에는 이렇다 할 관광지가 없고 이곳을 건너오는 사람들은 대개 대룡시장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다.

<별들의 고향>이나 <영자의 전성시대>에 나올 법한 옛 시장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상인들은 교동도에 거주하지는 않고 인근 인천이나 강화에서 출퇴근한다고 한다.

점포는 매장만 있고 숙식 등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없다.

교동대교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배로 드나들었는데 이 해협이 워낙 안개가 심한 지역이라 배가 안 뜨는 때가 허다했다고 한다.

그럴 때는 시장은 자연스레 휴장이 되고 생필품을 사지 못하는 교동도 주민들도 불편했다고 한다.

 

이제는 다리가 놓여 날씨에서 자유로워지고 유명세로 관광객들이 찾아와 옛 명성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이곳은 삼엄한 군사지역이라 교동대교를 건너기 전에 군인들의 검문을 받는다. 검문소에서 출입증을 받고 입도한다)

 

 

 

 

 

 

 

 

 

 

근래 우리 사회의 트렌드는 레트로, 즉 복고풍의 서정을 동경하는 것이다. 문명이 식상해져 그에 따른 반감이랄까.

대룡시장은 건물들이 워낙 낡아 리모델링하자는 의견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다고 한다.

관광객이 오는 건 아주 구식인 풍경을 보러 오는 건데 여느 곳과 다를 게 없다면 상권이 대번 죽게 될 것이니.

 

집들이 구식인데다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화재에 아주 취약해 보인다. 무슨 기자처럼 취재해 봤더니 상인들도 그 점을 가장 불안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불 한번 났다 하면 손쓸 수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테니 애면글면 그럴 일이 없는 요행을 바라고 있다고.

 

내가 거기까지 걱정해줄 수는 없고, 역시 관광객의 한 사람으로서 이 대룡시장은 여느 전통시장과는 다른 독특한 풍취가 있는 곳이다.

볼 것 없는 궁벽한 섬 작은 시장에 날이 제법 추운데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걸 보면 상인들의 기대대로 옛 명성을 다시 찾는 듯하다.

 

 

 

 

 

 

 

 

 

 

 

 

 

 

 

 

 

크리스마스도 가깝고 동지도 가깝고.

 

이곳 팥죽엔 쌀알이 없고 옹심이만 들었다. 이게 황해도 식이냐고 물었더니 전라도 식이란다. 전에 전라도에서 먹었던 팥죽에도 쌀알이 들어 있었던데.

어쨌든 아주 맛난 팥죽이다.

 

 

 

 

 

 

 

다시 영화 <박하사탕>을 소환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앞으로만 가는 것에 이제 싫증이 난다.

옛 추억을 헤아리면 나이든 증거라고 하지만 돌아보면 옛 시절이 좋았다는 것엔 공감 또 공감이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특히 시국이 이러니만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픈 소망은 너나없이 똑같을 것이다.

그 시절이 진리였다는 생각.

더도 말고 마스크나 좀 안 썼으면.

 

 

 

 

 

         남진 : 미워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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