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근래 <박하사탕>을 보았다.
윤도현의 동명의 곡을 듣다가 문득 생각난 거였다.
보고나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창동. 영화 참 잘 만드네.
주인공이 강 위의 철로에서 질주하는 기차에 부딪쳐 죽는 결말로 시작하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
평범한 소시민이 왜 처참한 선택을 하게 되는지 담담하지만 처절하게 그려나간다.
나 역시 같은 386세대인가.
어디 한군데 안주하지 못한 격변과 풍랑의 세대. 어쩌면 현 생존자들중 가장 불행한 세대의 우리들이 아닐까.
그리고 영화의 촬영지인 제천 애련리의 그곳에 가 보았다.
늦가을이라도 이미 풍경은 겨울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듯한 삭막한 풍광.
유명한 영화의 촬영지라는 안내판만 있을 뿐 그냥 외진 시골이다.
관광객이 찾아들 만한 일말의 매력이 없다.
그래도 더러더러 유명세를 듣고 찾아드는 사람들도 있으니 웬만하면 철길에 두 팔 벌리고 서서 나 돌아갈래~ 하고 소리 한 번씩은 지르고 갔으리라. 배만 타면 타이타닉 흉내 내듯이.
위험천만한 일이라 철로변에 울타리를 쳐 놓았다.
너무나 보잘것없는 ‘영화촬영지’
그래도 고즈넉한 늦가을의 서정을 한껏 즐겨 보는 조촐한 여행이다.
윤도현 밴드 : 박하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