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을 본 눈에 이곳의 자작나무숲은 성에 차지 않았다. 굳이 장점을 부각한다면 원시림에 가깝게 인공의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는 것이겠다.
여북하면 이 숲을 찾아가는 길이 그리도 험한지.
겨우 겨우 들머리를 찾아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블한 비포장도로를 30여분 간 허위허위 오른다. 도중에 차 한 대 마주치는 경우는 종잇장처럼 얇은 틈을 비켜 지나가야 한다. 두 번을 그렇게 아슬하게 넘겼다. 그나마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탐방객이 많지 않으니 다행이다.
영양에서는 이곳을 새로운 관장지의 명소로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좀더 지나면 인프라가 구축될까 모르겠다. 뭔지 몰라도 입구 쪽에 공사가 진행 중이긴 하다. 지금은 멀리서 시간과 비용 들여 찾아가긴 미흡해 보인다.
그래도 일단 숲에 들면 말 그대로 힐링의 시간이다. 여름의 짙은 녹음 속에 하얗게 빛나는 자작나무의 수피가 시원하다.
2km 남짓의 숲길을 걷는 동안 만난 사람은 부부 한 쌍이다. 나를 보고는 여자가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표정과 리액션을 보인다. 아니 혼자 다니시네! 혼자 다니는 게 뭐 그리 진귀한 거라고. 하긴 혼여행을 한번도 상상해 보지 않은 사람도 더러 있긴 하다. 그네들에게는 ‘혼자’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지나갔고만.
이루마 : May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