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그대와 한평생 살고 싶은 저 푸른 초원.
이제껏 보아온 무수한 사진들은 그렇게 우리를 동경하게 만들곤 했지.
우리가 상상하는 여름의 목장 풍경은 초원 위에 뭉게구름이 떠 있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은 아가씨가 흰 드레스를 입고 꽃바구니 끼고 거니는,
말 그대로 목가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목장도 치열한 삶의 현장이고 그 현장에서 오늘도 땀에 절은 인부들이 진종일 노동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로망과는 아무래도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장마철의 날씨는 우중충한 날의 연속이라 상상해왔던 진초록의 초원 풍경에는 약간 못 미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지 못하는 양들을 이리도 가까이서 접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우리나라에 양을 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는?
‘양도소득세’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죄다 개를 키운다. 개이득이니까.
그런데 이제는 ‘개소세’를 내야 하니
소도 안 되고 그럼 이젠 뭘 키우지?
목장을 배경으로 쓴 문학작품에 알퐁스 도데의 저 유명한 단편 <별>이 있다.
주인집 딸인 스테파니를 연모하는 목동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다른 외전은 이렇다.
스테파니는 목동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문제는 완고한 아버지였다.
딸을 천한 목동에게 시집보낼 수는 없어 완강하게 단속하였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어 마음을 바꿔서는 목동을 불러 의사를 물었는데,
뜻밖에도 목동 놈은 딸보다 양들을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었다. 고얀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아버지는 화가 나서 목동을 닦달했다.
“네 이놈, 선택권을 주겠다. 내 딸인지 저 양들인지 둘 중의 하나를 결정해서 이틀 후에 나한테 오너라”
목동은 이틀 낮밤을 뜬눈으로 고민하였다. 걱정이 된 스테파니가 마지막 밤에 목동을 찾아와 물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나야? 양들이야? 이제 니 선택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을거야”
그때 비로소 목동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스테파니 아가씨. 아 물론 저는 양보다 질이죠.”
충청도 서산에도 광활한 목장이 있다.
이곳 목동이 너무 심심해서 아래 마을을 향해 외쳤다.
늑대유, 늑대가 왔시유.
아 동네 사람덜! 늑대라니께유. 늑대가 왔시유.
마음사람들이 연장을 둘러메고 목장으로 몰려들었다.
목동은 의기양양해서는 손가락으로 목장 아래를 가리켰다.
저기 봐유. 저기 차가 한대 두대 슥대 늑대... 늑대가 왔잖유.
맞지유?
대관령 목장의 양들은 새하얀 털이 아니라 회색빛 털이다.
그렇지, 양은 모름지기 회양이라야지 백양, 하면 아무래도 메리야스가 생각나서 영...
가까이서 보니 참말 세상에서 가장 순한 게 양임을 알겠다.
녀석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에 일말의 해꼬지하려는 마음을 품었던 극악무도 불량배도 선한 성자로 변하게 될 것 같다.
양도 종류가 여러가지라 하지만 디테일한 걸 알지 못한다.
다만 이런 종류의 양들에는 관심이 있다.
정양
레이양
김양
양양
박재란 : 밀짚모자 목장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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