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창녕 우포늪

설리숲 2020. 6. 9. 00:33

‘늪’이라는 단어는 보통 문학적인 관용어로 쓰이는데 부정적인 이미지다. 늪에 빠진다. 헤어날 수 없다 등등.

인문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면 ‘늪’은 그야말로 자연의 시원이다. 살아 숨쉬는 생명의 보고다. 바닷가의 뻘도 그렇다.

 

늪가에 가까이 서 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생기는 이유다. 사람의 몸에 내재돼 있던 원시적 생명력이 슬그머니 살아나는 움직이는 것이다.

 

 

겨울에만 두어 번 갔었다. 한창 생명력이 왕성해지는 계절에 우정 다녀왔다. 그저 늪이니 아름답다는 미사여구는 진심이 아니다. 보이느니 혼탁한 물이요, 나무와 풀이다. 그 안에 깃들이고 사는 수많은 생명의 세계가 아름다운 것이다.

 

늪 주변을 따라 걷는다. 너무 늪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게 적당한 거리로 나 있다. 유명관광지지만 음식점 매점 커피점 등 관광지들이 갖는 요소를 일체 배격했다. 오롯이 늪만 관찰할 수 있는 자연의 길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삶이 있다.

풍광이 수려하지 않으니 트레킹은 그닥 재미있지는 않다. 그저 혼자 깊은 상념에 들어 늪이 주는 원시적 감흥을 느끼는 것이다.

이 늪은 몇만 년 전부터 그대로 있었다지 않은가. 시간의 영원함과 침묵의 고귀함을 체득해 본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노래는 있는데 실체는 없는 새.

1979년 이후로 멸종된 따오기를 난생처음 보다. 중국에서 기증한 한 쌍으로 인공 부화시켜 개체 수를 늘려 방사한 곳이 이곳 우포늪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이곳에만 있는 새다.

얼마나 방사했는지는 모르나 논바닥에 한 마리만 보인다. 많은 사진가들만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정태춘 : 에헤라 친구여

 

 

 

 

한국의 아름다운 길 일흔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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