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서울 중랑천 장미터널

설리숲 2020. 5. 27. 18:46

 

장미넝쿨 우거진,

혹은

장미 가득한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기를

그 얼마나 소망하는지.

 

누구나 장미 가득한 정원을 꿈꾸며

장미 향기 가득한 인생이기를 원합니다.

나는 단 한번도 장미정원을 약속한 적 없지만

나의 그녀는 예쁜 장미정원을 소망하곤 했지요. 가슴 속으로만.

평생을 꿈꾸던 장미정원을 그녀는 한번도 가져 보지 못했습니다.

 

 

 

 

 

길을 가다가 붉은장미 넝쿨이 담장을 덮은 집을 보면 많은 상념이 갈마듭니다.

과연 저 집 여주인은 우리가 부러워하는 것만큼 행복할까.

모르긴 몰라도 그녀의 생활 역시 희노애락으로 점철된 보통의 삶 이상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삶이란 화려한 삶이 결코 아니란 생각으로 자위도 합니다.

 

 

KBS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평범한 여자 최진실은 화려한 장밋빛 인생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저 남편한테 구박이나 받는 부엌떼기입니다.

그리고 병을 얻어 가슴에 담았던 장밋빛 인생을 내려놓고 죽습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당시 이 드라마 마지막을 지켜보고 가슴이 먹먹해진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최진실은 드라마처럼 허망하게 세상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또한 가슴이 먹먹했더랬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배우의 삶도 결코 그녀가 꿈꾸던 '장미빛 인생'은 아니었습니다.

 

 

전에

 

일전에 길에 대한 책을 출판했습니다.

길에 대한 원고를 쓰기 위해 서울의 이곳저곳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중랑천 둑길 코스를 답사할 때 손가락만한 장미 묘목을 심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묘목을 보면서 몇 년 후에는 이곳이 장미 가득한 천변이 되겠구나 예측을 했었더랬습니다. 원고에도 그 내용을 적어 넣었습니다.

출판 과정에서 아픔은 있었지만 책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서점 가장 좋은 자리에 진열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었지요.

 

 

그리고 꽤나 오랜 세월 후에 찾아간 이곳 묵동 천변 일대는 장미 터널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제 막연한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스케일이었어요.

 

아 당신들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지금의 장미 터널이 태동할 때부터 지켜본 사람이라 감정이 남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의 여왕 장미가 가득한,

계절의 여왕 이 5월도 좋지만

이 길은 벚나무가 사시장철 그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여름에도 명품길이요 가을에도 아름다운 길입니다.

 

 

장미의 종류도 엄청 많지만 이 붉은 넝쿨장미인 '스칼렛 메이딜란드'를 저는 최고로 꼽습니다.

 

 

안개비 희부옇던 5월의 어느 날 걸어본 중랑천 장미터널 길입니다.

날이 궂어서 여유가 있었지 날 좋은 날은 인파에 휩쓸려 제대로 즐길 수 없습니다

내 인생에 결코 장밋빛 인생은 없겠지만 5월 한철, 이런 꽃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족한다면 그것 또한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마리안느 미셸 : La Vie En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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