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르 Montbleu’라는 와인이 있다. 이름이 진짜 프랑스스럽다.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인가보다 했는데 산청이다. Mont은 산이요, Bleu는 푸름, 즉 청이니 우리나라 경상남도에 있는 산청을 프랑스어로 조합한 것을 알고 실소했던 기억이 있다. 진로가 산청에 포도농장을 만들고 그것으로 제조한 와인이라 한다. 와인 이름까지도 사대주의 근성은 여실하다.
세계 3대 음료가 차, 커피, 와인이라 한다. 즐기는 인구가 많다는 이야기다. 나도 좋아하는 세 가지다.
봄철에 산청 다원에 가면 자주 와인을 마시게 된다. 찻집이지만 천 선생님이 시시때때 와인을 들고와 붉은 ‘신의 물방울’로 목구멍을 적시곤 했다.
가장 브랜드가 많은 술이 막걸리가 아닐까 한다. 지역마다 양조장이 있어 보통 그 지방의 이름을 붙인다. 일동막걸리 이동막걸리 지평막걸리 등등. 그러므로 그 수가 엄청나게 많다. 맛도 다 다르다.
와인도 역시 그 지역의 이름을 붙이므로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걸로 추정하면 막걸리는 비교도 안되게 많을 것이다.
와인을 마시면 왠지 고상해지는 것 같은 허영끼가 생기는 모양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역시 사대주의 산물이다. 스타벅스를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광양에 와인동굴이 근래 생겼다. 철강과 원료를 실어나르던 광양제철선이 폐선되고 나서 약 300미터 되는 터널 안에 와인을 테마로 한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했다.
주로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일행을 따라가긴 갔으나 내겐 뭐 특출나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새롭고 생경한 콘텐트가 신기하긴 하지만 ‘젊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가 와우, 탄성하는 아가씨들만큼은 아니었다. 먹음직스런 와인 하나 사들고 오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으나 마트에 가면 수백 종의 와인이 있는 걸 굳이 게서 비싼 값으로 사기엔 가성비가 좀 떨어져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