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느닷없이 날아와 앉는 새.
어치다.
도시의 비둘기 말고 이렇게 가까이 있는 새는 처음이다.
카메라를 꺼내 초점을 맞춘다. 내 존재와 인기를 감지했을 텐데도 그대로 있다.
피사체가 너무 가까워도 포커스가 잘 안 맞는다. 혹시 날아가 버릴까 되는대로 셔터를 눌러 버렸다. 다행히 잘 찍혔다.
겨울이 가까우니 어치가 눈에 많이 띈다. 다람쥐 따위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들은 겨울양식을 저장하는 습성이 있는데 조류 중에는 어치가 그렇다. 그래서 요즘 부쩍 많이 보인다.
외모가 예쁘장하지만 어치는 교활하고 악랄한 성질이 있다.
초식 육식 모두 섭렵하는 잡식성 동물로 다른 새가 낳은 알이나 새로 부화한 새끼들을 겁탈하여 포식하기도 한다. 다른 새의 둥지를 잘 살필 수 있는 적당한 높이의 나뭇가지에 앉아 동태를 살피다가 어미가 자리를 비우면 기습을 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각종 새소리를 흉내 내는 재주가 있어 맹금류의 소리로 어미를 공포에 몰아넣어 도망가게 한 다음 유유히 포식하기도 한다.
이들이 가으내 저장하는 양식은 도토리다. 땅에 도토리를 묻고는 교묘하게 덮어 위장하는 재주도 천부적이라고 한다. 저장해둔 장소를 대부분 다 기억한다 하는데 워낙 많은 장소에 묻다 보면 찾지를 못해 이런 곳에서는 새로 참나무가 자라 군락지가 된다. 그래서 관련 학계에서는 어치와 참나무의 식생이 동일한 것으로 연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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