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양산 통도사 무풍한솔길

설리숲 2019. 8. 18. 23:54



한국의 사찰이 아름다운 것은 그 도량으로 들어가는 길이 아름다워서이다.

부처의 법으로 가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하게 씻는다. 세속의 티끌을 잠시 벗어 놓는 것이다.

꼭 부처를 만나지 않더라도 이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우리 머리가 정갈해지는 것을 느낀다.

 

유명한 절은 보통 이런 아름다운 길을 따라 들어간다. 월정사, 내소사 백양사, 내장사, 법주사 등이 특히 유명하다.

 

통도사의 소나무 길은 기품이 있다. 이 길은 무풍한솔길(舞風寒松路)이란 이름을 새로 붙였다. ‘바람 춤추는 서늘한 소나무길이란 의미겠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겨울이었다. 송림에서 쉴 새없이 냉한 겨울바람이 휘돌아 나와 제법 춥던 첫인상이 길래 남아 있다. 동행한 유정은 삼성반월교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 인간세가 삶이 다 그렇지. 어느 누가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자유로울까. 여전히 그녀는 인간 속세의 가장 깊숙한 곳에 기거하면서 끊임없이 다가올 고통을 몸으로 받아내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한여름의 소나무길은 수려하다. 진초록의 향연이다. 앞서 걷는 이들 모두 다 구도하는 수행자 같이 여겨진다.

불을 찾아 길을 걷는 이들. 통도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불보사찰이다. 전에는 진신사리탑을 개방해서 유정과 둘이 탑돌이를 했는데 지금은 폐쇄했다.







 

신평에서 같이 버스를 내린 한 부부가 나더러 통도사 가는 길을 물어보더니 어느새 먼저 도착했는가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알아보고는 저 위쪽 문 앞에 가면 배롱나무가 있으니 게서 작품 사진 찍어 보라고 한다.

역시 배롱나무의 계절이라 많지는 않아도 덜퍽지게 핀 목백일홍이 한창 화려하다.

유정에게 문자를 보내어 그 겨울의 에피소드를 상기시켜주며 웃는다.

긴 휴가의 두 번째 날, 통도길에서 여름을 누리다.


착각하기 쉬운 건 통도사는 通道가 아니라 通度다. 이번에 알았다.

 






 


수없이 반복하며 깨달아지는 것,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

그럼에도 어리석게도 우리는 그 진리를 잊고서는 괴로워하기를 반복한다.


세상은 참으로 허무한 것을

이 몸은 자꾸만 죽어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이것을 깨달으면 다를 것이 없는 것을













슈만 : 맑은 여름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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