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가 선정했다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을 순방하다 보니 의아한 곳도 만나곤 한다.
부산의 <아시아드상징가로>가 그렇다. 여느 도심거리에 견주어 특별한 것 없는 그저 평범한 ‘뜨거운 거리’였다.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계절이다. 달리 표현할 것 없이 거리는 뜨거움의 절정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치렀다는 상징성 외엔 더 볼 것 없는 거리를 걸으며 그래도 불만은 없다. 어디 사람이 맛난 것만 먹을 수 있나. 여행자는 앞에 놓인 그 길을 걸을 뿐 사실 그 미추를 논한다는 것이 부질없다.
유명한 이 거리를 사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많은 리포트와 기사가 있었지만 모두가 다 똑같은 내용이다. 인터넷 기사들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잘못된 정보도 똑같이 베껴 썼다. 블로거들도 똑같이 옮겨 적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얻은 정보는 전무했다. 아, 기레기들. 이곳 시민들도 이곳이 아름다운 길로 선정됐다는 것은 물론, 아시안게임을 상징하는 테마도로임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도 그 때문에 이 뜨거운 도시를 찾아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낯선 이방의 길을 걷는다는 건 가슴 설레는 일이다. 저렇듯 도열한 나무들이 싱그럽고 아름답지 않은가.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녹여 버릴 듯이 맹렬한 폭염 속이라도 우린 또 견디며 산다. 곧 언제였던가 하게 서늘한 계절은 바투 다가올 것이고 우리는 또 그것에 적응하고 또 살게 되겠지.
긴 여름휴가의 첫날을 이렇게 뜨거운 도시의 거리에서 시작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는 이런 일탈이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서른 둘
권진원 : 살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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