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서천 배롱나무길

설리숲 2019. 8. 11. 12:54



   목백일홍


 나무로 치면 고목이 되어버린 나도

 이 8월의 폭염 아래 그처럼

 열렬히 꽃을 피우고 불붙을 수는 없을까

                                   - 김종길

 


 

봄 나무는 벚나무이듯 여름은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산사에서, 남녘 어느 돌담 가에서, 길모퉁이 굽어진 밭 언저리에서 정열적인 붉은 꽃을 만날 때마다 불타는 여름을 느낀다.

입추가 지났다. 이제 곧 서늘한 바람이 온다. 저 뜨거운 꽃도 곧 사라지겠다. 나는 불타오르는 여름이 좋다. 가을은 너무 스산해.

 

서천 바닷가 어느 고즈넉한 길은 배롱나무길이다. 줄곧 바다를 만난다.

백일홍은 한창 피는 중이지만 절정은 아무래도 8월 중순을 지나야 할 것이다.

종천면 장구리부터 서면으로 이어지는 약 20km의 배롱나무길이다.

이 길을 도보로 걷는 게 제멋이지만 이 염천에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걷는다는 건 고통이다. 즐기기보다 고통이라면 안하는 게 맞다. 날 선선한 가을이면 좋지만 그때는 이미 이 정열의 꽃들도 없을 것이니 그것이 못내 서운하다.

 

뜨겁다.

긴 여름휴가의 여덟 번째 날은 폭양 아래 배롱나무 붉은 꽃을 보았다.





















 파란 하늘과 새하얀 뭉게구름, 그리고 푸른 대지의 이 여름이 좋다. 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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