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부산 아시아드상징가로

설리숲 2019. 8. 4. 21:13


건교부가 선정했다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을 순방하다 보니 의아한 곳도 만나곤 한다.

부산의 <아시아드상징가로>가 그렇다. 여느 도심거리에 견주어 특별한 것 없는 그저 평범한 뜨거운 거리였다.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계절이다. 달리 표현할 것 없이 거리는 뜨거움의 절정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치렀다는 상징성 외엔 더 볼 것 없는 거리를 걸으며 그래도 불만은 없다. 어디 사람이 맛난 것만 먹을 수 있나. 여행자는 앞에 놓인 그 길을 걸을 뿐 사실 그 미추를 논한다는 것이 부질없다.

 

유명한 이 거리를 사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많은 리포트와 기사가 있었지만 모두가 다 똑같은 내용이다. 인터넷 기사들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잘못된 정보도 똑같이 베껴 썼다. 블로거들도 똑같이 옮겨 적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얻은 정보는 전무했다. , 기레기들. 이곳 시민들도 이곳이 아름다운 길로 선정됐다는 것은 물론, 아시안게임을 상징하는 테마도로임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도 그 때문에 이 뜨거운 도시를 찾아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낯선 이방의 길을 걷는다는 건 가슴 설레는 일이다. 저렇듯 도열한 나무들이 싱그럽고 아름답지 않은가.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녹여 버릴 듯이 맹렬한 폭염 속이라도 우린 또 견디며 산다. 곧 언제였던가 하게 서늘한 계절은 바투 다가올 것이고 우리는 또 그것에 적응하고 또 살게 되겠지.

 

  긴 여름휴가의 첫날을 이렇게 뜨거운 도시의 거리에서 시작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는 이런 일탈이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서른 둘



권진원 : 살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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