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보라돌이 천사들

설리숲 2019. 5. 15. 00:24

 

예전에 간호사라 하면 하얀 원피스에 하얀 캡을 쓴 누나들이었다.

요즘은 천편일률적인 복장에서 벗어나 병원마다 자유로운 옷을 입는다. 내가 이만큼 나이가 있다 보니 옛 믿음직한 누나의 이미지가 아닌 앳되고 어린 소녀들이다.

건국대충주병원 간호사들은 보라돌이다. 상하의 모두 보라색이다. 치마가 아닌 바지라서 활동도 편해 보인다. 머리에 캡도 없다, 남자간호사도 역시 보라돌이다. 복장의 영향인가 행동거지도 자유분방해 보여서 친근감이 있어 환자의 입장에서 더 믿음직스럽다.

 

입원하는 날, 내 보호자 유무를 묻고는 가족 없어 혼자라 하니 그럼 간병인을 쓰지 않겠느냐 한다. 내 수술 특성상 오줌도 받아내야 하는 등 손이 간다는 것이다. 나는 가난한 사람이라 간병인은 쓸 수 없고 불편을 감수하고 스스로 견뎌 보겠다고 하니 그럼 부족하더라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돌봐드리겠다고 한다. 빈약한 경제사정이야 일종의 핑계고 기실은 그까짓 병수발이야 혼자 해결하지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제껏 혼자 자고 혼자 밥해 먹고 모든 판단과 결정을 해왔는데, 남들이랑 다른 방식으로 살아 왔는데 아플 때도 그들과 다르게 지내고 싶었다. 마는 간호사의 그 한마디가 가슴에 따뜻하게 들어와 안긴다. 그래 백의의 천사로고. 수술 전이지만 그 마음 하나로도 벌써 반은 나은 것 같다.

 

열흘 남짓의 병동생활은 그럭저럭 지낼 만 했다. 내 호기대로 그닥 간병인이 필요할 만큼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보라옷의 간호사들이 따뜻하고 상냥하게 보살펴준 덕이 크다. 처처불상 사사불공 어느 곳이나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사람들은 꼭 있다. 더구나 이 업을 하기 위해 전문적인 공부를 한 그네들의 아우라는 의사와는 또다른 희망을 준다. 나이팅게일 그들이야말로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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