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영광 백수해안도로

설리숲 2019. 4. 22. 00:36


벚꽃이 다 지면서 마음의 봄도 다 끝나 간다. 문득 보니 길가의 나무들이 파랗게 잎을 달고 있다.

여행은 애인하고 단둘이 가는 거 아니라면 홀로 떠나는 게 가장 즐겁다. 의견을 조율할 필요도 없고 경비에 관한 부담도 없다. 아무 때나 만나는 음식점에 들어가 먹거나 여이하지 않으면 편의점에 들러 라면이나 햄버거를 먹어도 좋다. 느릿느릿 걷다가 보면 날이 저물고 모텔을 찾아 하룻밤을 잔다. 동행이 있으면 그의 의견에 맞춰 서둘러 돌아와야 한다.

여행은 인생이라. 생래 혼자 행하고 혼자 결정하는 것이 몸에 배서 타인과의 동행이 영 불편하다. 혼밥에 혼술에 혼커피, 혼여행이 대세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그들이 정겹다.

 

 

 

 

 

 

 

 




 

 

 

 

 

 

 

 

 

 

 

 

 

 

 

 

 

 

 

남녘. 봄은 절정으로 치닫고 세상은 물처럼 흘러 이미 후덥지근하게 더운 날들이다. 백수 해안도로. 바닷가 벼랑으로 데크길이 조성되었다. 이미 예전에도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던 해안도로였다. 그 길을 도보여행자도 함께 한다. 트레킹 길이 완성된 건 아니어서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맘 때 오길 잘했다. 이후로는 몹시 더울 것 같다.

 

 

 

 


 

 

 

 

 

 

 

 

 

 

 

 





 

 

 

 

 

 

 

 

 

 



 

 

 

 

법성포는 두 번째 방문이다. 온통 굴비 천지다. 음식점도 죄다 굴비집이어서 혼자 온 사람은 먹을 게 없다. 1인분은 안 판다. 혼여행의 유일한 약점이다. 생각해 볼 문제다. 앞으로는 혼여행이 주류가 될 터인데 그때 가서야 문을 열어 줄 텐가.

 

법성포 말고는 영광은 처음이다. 읍내에서 하룻밤도 잤다. 꿈처럼 봄날이 지나가고 있다. 잔인했던 4월의 기억도 시나브로 엷어지고 아름다운 4월이 되려고 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열아홉

 

 

   이상은 : 비밀의 화원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향기 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아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 거야 그대가 지켜보니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점심을 함께 먹어야지 새로 연 그 가게에서
   새 샴푸를 사러가야지 아침하늘빛에 민트향이면 어떨까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 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월요일도 화요일도 봄에도
   겨울에도 해가 질 무렵에도
   비둘기를 안은 아이같이
   행복해줘 나를 위해서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 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 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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