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도서관이 있어 이 일대 골목길을 흔히 ‘정독도서관길’이라 하여 예쁜 길로 알려져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2015년에 서울시가 ‘감고당길’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감고당(感古堂)은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의 친정으로 덕성여고 교정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여주 명성왕후 생가로 옮겨졌다. 전에 한번 명성왕후 생가에 간 적이 있는데 이런 내력을 알 리 없어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다. '감고당'이란 이름이 어쩐지 낯설지 않은 것은 아마 그때 한번 보았던 기억 때문이라 짐작한다.
낙엽 스럭거리는 가을에 이 길을 자주 갔었다. 도서관 정원의 벤치에 앉아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가을남자의 청승을 떨기도 했다.
지인을 만나 옛 한옥풍의 찻집에서 차를 마시다 보면 어스름 저녁이 되고 서늘한 갈바람과 귀뚜라미소리로 울컥 가을의 고독을 느끼기도 했다.
약속을 정할 때 풍문여고 앞에서 만나자고 했었는데 이제 풍문여고는 다른 데로 이사 가고 없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추억 속에 있던 그 어느 하나가 빠져 버리면 그 상실감은 제법 큰 법이다. 그래서 10년 주기로 강산이 변한다고 하거니와 도심도 과연 그렇게 시나브로 변해간다.
옛것과 현대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낮이면 한복을 입은 외국 아가씨들이 파도처럼 몰려다니고, 어둠이 내리면 나 같은 고리타분한 인사들이 고풍스런 찻집을 찾아 어슬렁거린다.
현대문명에서 과거로, 즉 광화문에서 북촌으로 가는 길목이 감고당길이다.
늘 사람들로 부나한 거리지만 그래도 그 앤티크한 분위기가 주는 매력이 있으니 웬만한 핸디캡은 보완된다.
회화나무집 앞에서 본 연합뉴스TV의 김조현 기상캐스터.
유명한 셀럽은 아니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던 사람을 직접 본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더구나 유명인을 만날 기회가 적은 시골사람들한테는.
근래 이 벽화가 감고당길의 명소로 부상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열일곱.
스팅 : Shape Of My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