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목화

설리숲 2019. 1. 10. 23:05


유년시절 산골에도 목화밭이 있었다. 우리 집이 목화 농사를 했을 리는 없는데 어느 때 집 안마당 멍석에 목화송이가 쌓여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아슴푸레하다.

뒷골 병호 형네 집 울타리 옆으로 목화밭이 있었다. 동네 형 누나들이 뭔가를 따먹으며 즐거워하곤 했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아련한 목화밭의 기억은 있는데 목화밭의 추억은 전혀 없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목화밭을 본 적이 없다. 간간이 공원 따위에 생태식물로 몇 포기 심은 걸 보는 게 고작이다.

목화밭에 대한 정서는 그리움과 푸근함이다.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처럼 목화밭의 정경을 떠올리면 순박하고 정겨운 사랑의 장면도 더불어 연상된다.

 

목화밭이라도 미국의 목화밭은 검둥이 노예들의 혹사와 파멸의 인권유린의 상징이다. 클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노래 <Cotton Fields>는 낭만적인 컨트리송이지만 그 뒤에는 잔혹한 인간사냥의 핏물이 배어 있는 것이다.

 

문익점의 목화도 그 요긴함을 다하고 이젠 식물도감에서나 보게 뒷전으로 나가 앉았다.










하사와 병장 : 목화밭




'서늘한 숲 >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쇠딱따구리  (0) 2019.01.23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0) 2019.01.14
큰오색딱따구리  (0) 2018.12.27
아까시나무를 죽이지 말라  (0) 2018.12.24
남산만추 (南山晩秋)  (0) 201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