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이다.
사뭇 딱따거리는 소리가 난다.
잎이 사라진 나목들의 숲에서는 에코까지 가미해 더욱 신비로운 소리로 온다.
소리는 가까운 데서 나는데 아무리 톺아 봐도 새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가다 보면 또 가까운 나무에서 딱따거린다.
그러다가 비로소 녀석을 찾아냈다. 저 꼭대기 우듬지에서 눈곱만하게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온다. 이미 딱따구리임은 짐작한 터이지만 확실히 뵈지는 않는다.
카메라를 최대한 줌을 당겨 찍었다. 육안으로는 잘 안보이던 것이 카메라에는 선명하게 찍혔다. 렌즈를 바꾸길 잘했다. 이젠 겨울 숲으로 떠나야겠다. 나뭇잎 울창한 여름보다야 새들이 더 눈에 잘 띌 것이다. 카메라에 찍힌 녀석은 우아한 미모의 큰오색딱따구리다. 그리 흔하지 않은 새다. 비주얼 최고다. 뜻밖의 득템에 내 기분도 죄고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것은 구멍을 파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더 보편적인 목적은 벌레를 잡아먹기 위한 것이다.
저렇듯 무참하게 쪼아대는데 나무는 괴롭지 않을까. 실은 벌레가 기생하는 것이 나무에게는 더 치명적이라고 한다. 몸속에 벌레들이 득시글거리는 것보다 몸은 좀 상처를 입더라도 딱따구리가 벌레를 잡아주는 게 훨씬 평안하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어그러짐이 없는 게 자연이다. 이렇게 훈훈한 공생이라니!
이 구새통 안에 나무열매를 가져다 놓은 것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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