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뚱딴지 같은 돼지감자

설리숲 2018. 6. 19. 01:15


 가을에 거둔 곡식 묵나물과 열매, 땅 속에 묻어둔 무 배추도 겨울을 나면서 방내면 또 굶주림의 계절인 봄이다.

 사람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원했다. 그 소원을 위해 먼 이국에서 여행 온 작물이 돼지감자였다.

 돼지감자는 이른 봄에서 늦봄까지 파종을 하여 늦가을에 수확을 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캐먹을 수 있었다.




  돼지감자의 고향은 북아메리카다. 북미인디언들이 그 시초였던 돼지감자는 추위에 강하고 척박한 땅, 또한 해발이 높은 고산지대에서도 잘 자랐다. 또한 그 장점인 왕성한 번식력이 바다를 건너 서유럽에 상륙했고 이어 드넓은 유라시아 대지를 지나 이 땅에까지 왕림하였다.

 변변한 땅뙈기 하나 없는 가난한 화전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물이 되었고 사람뿐 아니라 짐승들의 식량으로도 각광을 받았다. 특히 돼지가 좋아한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감자는 가지과이고 돼지감자는 국화과다. 같은 국화과인 해바라기처럼 꽃은 가을에 피고 노랗다. 키가 커서 돼지감자 군락지에 들어서면 하늘을 가리는 그 숲에 푹 파묻힌다.

  돼지감자의 속어는 뚱딴지다. 가을의 그 꽃만 봐서는 땅속에 주렁주렁 뿌라를 달고 잇으리라는 상상을 할 수 없으매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아무 데서도 잘 자라고 돼지 먹이로 많이 쓴 관습으로 천한 대접을 받아온 식물인데 요즘 약용식물로 관심이 많아졌다. 체지방을 분해하고 중성지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뚱뙈지 돼지가 체지방을 분해하는 뚱딴지를 잘 먹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래서 뚱딴지란 이름이 또 제격이지 싶다.




 

  구황작물이었지만 일부러 재배하지는 않는다. 그저 밭두둑 언저리나 산기슭, 또는 길가 알땅에 수북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가 슬며시 사라지곤 한다. 봐두었다가 적당한 때에 캐먹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저 들판에 피고 지는 수많은 풀 중의 하나로 여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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