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백마에서

설리숲 2018. 3. 21. 23:24





70~80년대 경춘선 강촌역과 함께 MT나 데이트장소로 수도권의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던 곳이 교외선 백마역이었다. 기차간에서의 기타소리와 싱얼롱은 청춘의 상징이었다.

 

백마역 인근은 유원지와 함께 카페들이 즐비했었다. 지금은 그 흔적이 전혀 없다. 낭만의 교외선은 폐선되었고 지금은 경의중앙선이라는 전동차노선이 되었다.

10여 년 전, 신흥도시로 부각 중이던 일산에 갔을 때 공사하느라 어지럽더니 필요 이상으로 육중한 신 백마역이 들어앉았다.

예전 카페촌은 아파트숲으로 변해 있다.

전철 이용객들은 경의선 백마역보다 3호선 마두역이나 정발산역을 더 많이 찾는다. 일산이기 때문이다. 백마역은 구도시의 역이다. 백마역은 마두역과 아주 근거리에 있어 실은 꼭 필요한 역은 아니다.














  고양이 아닌 일산 신도시는 아파트 숲이다.

  이곳 사람들은 고양 산다 하지 않고 일산 산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분당 사람들은 꼭 분당 산다고 하지 성남 산다고 하지 않는다.


  백마역에서 마두역 가는 길은 아파트 숲이다. 아니지, 일산 전체가 죄다 아파트다.



 

  백마(白馬)는 흰말과는 관련이 없다. 인근의 백석(白石, 흰돌)과 마두(馬頭, 말머리)에서 가져온 이름이라 한다. 유명한 백마부대가 있지만 백마부대는 한 정거장을 더 가서 풍산역에서 내려야 가깝다.

  백마역 1번 출구로 나가면 일산 신도시고 2번 출구로 나가면 후미진 옛 마을이다. 마치 정문과 후문 같은 관문이다. 후문 격에 해당하는 2번 출구로 나가면 그나마 옛 백마역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풍경들을 접한다.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뉴욕의 맨하탄과 할렘가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크지 않은 텃밭들도 있고 슬라브집과 함석집들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왕래하는 옛 마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박영한의 소걸 <왕룽일가>를 생각한다.

 


박기영이 만든 노래 <백마에서>에 옛 교외선의 낭만과 추억이 아련하게 배어 있다. 박기영이 솔로로 먼저 발표했던 노래를 후에 그가 속한 그룹 동물원의 음반에 재수록했다.




  박기영 작사 작곡 동물원 노래 : 백마에서


  첫눈 내리던 지난 겨울날
  우린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고 싶어서
  흔들거리는 교외선에 몸을 싣고서 백마라는 작은 마을에 내렸지
  아무도 없는 작은 주점엔 수많은 촛불들이 우리를 반겼고
  너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 품에 안겨서
  그렇게 한참을 있었지

  이제 우리는 멀리 헤어져 다시 만날 수는 없어도
  지는 노을을 받아 맑게 빛나던 너의 눈은 잊을 수 없어
  햇살에 눈이 녹듯 그렇게 사랑은 녹아 사라져가도
  그 소중했던 지난날의 기억들은
  너도 잊을 순 없을 거야

  흰 눈 덮인 논길 따라서 우린 한참을 걸었지
  너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 품에 안겨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지
 
  오늘도 소리 없이 첫눈이 내려
  난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고 싶어서
  흔들거리는 교외선에 몸을 싣고서
  백마라는 작은 마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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