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을숙도

설리숲 2018. 2. 6. 23:52



   저기 저 침묵의 섬.

   갈대로 집을 지어

   철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 을숙도.

 

   여보게,

   오늘도 천천히

   저 섬으로 가 보자.

 

   강과 바다가 만나

   화합을 이루듯이

   우리도 사이좋게

   행복한 삶을 살아

 

   여보게,

   부평같은 인생

   아귀다툼 하지마.

             윤석환 <>










 

 

예정에 없던 휴가가 생겨 을숙도에 다녀올 생각을 했다. 순전히 즉흥의 계획이었다.

그 하나는 쓸쓸한 화양구곡에서 들었던 백영규의 노래였다. 그가 작곡한 또다른 노래 <을숙도>가 사뭇 머릿속에 있었다.

또다른 하나는 예저에 없던 휴가가 생기는 바람에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대중없이 서가를 뒤적거리다 그저 김원일의 소설이 눈에 띄었다. 가져와서 읽었다.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다. 소설은 동진강 하구 삼각주 지대와 동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진강은 전북 정읍에 있는 강이지만 김원일 소설의 동진강은 가상의 강이다. 가상이지만 태화강임을 추측할 수 있고 동진시는 울산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급격히 팽창하는 산업도시로 인해 도요새를 상징으로 하는 자연과 환경의 파괴를 심각하게 고발하는 내용이다. 연상작용으로 을숙도를 생각해 낸 것이었다.

이러루해서 아주 까마득한 때부터 이름만 들어왔던 그 섬을 찾았다.






섬 곳곳에서 고라니들이 뛰어다닌다. 크지도 않은 섬에서 이들은 어떻게 생식을 이어오고 있는 걸까. 그나마 작은 섬을 2번 국도가 갈라 놓아 남북으로 오가지도 못하니 좁은 서식처에서 짐승들은 짝을 이루는 것도 지난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근친생식일텐데 이렇게 살아남아 있는 걸 보면 의아스럽기도 하다.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는 역시 가상의 섬인 조마이섬 이야기다. 맑은 새들의 섬(乙淑島)’으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한 부부가 조마이섬이 어딘지 몰라 부산의 관공서에 문의했는데 담당공무원들도 모르더라고 했다. 신혼부부가 어찌어찌 연락처를 알아내 작가 김정한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는데 작가도 모르더라고 했다. 조마이섬은 실재의 장소가 아니라 일웅도와 을숙도를 모델로 한 가상의 섬이라고. 그곳이 새들의 맑은 섬 乙淑島, 을숙도다.

 

  철새도래지였다. 근래에도 그렇게 홍보하는 걸 들었다. 그러나 을숙도 섬 안엔 건물과 인공조형물이 그득하다. 섬의 한가운데를 2번 국도가 가로질러 내달리고 있다. 철새가 도래하지 못할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섬 전체는 갈대와 억새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철새가 도래할 수 없게 시민공원으로 조성했다. 겨울이라 그럴 테지만 온통 누리끼리한 풍경이어서 이렇다하게 눈길을 끌만한 곳은 별로 없다.







  을숙도의 생명은 철새다.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섬의 남쪽 끄트머리다. 개펄이 펼쳐져 있고 책에서만 보던 고니 떼와 물떼새 등이 한군데 모여 왈왈 요란하게 존재감을 과시한다. 보소, 우리가 이래 건재 안하는교. 을숙도는 철새도래지 맞지요? 귀가 먹먹하도록 시끄럽게 우짖는다. 그래 너희가 최고다. 인간이 부끄러워지는 건 너희들이 그나마 있어주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 알량한 부끄러움마저도 없지만.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려 사악하고 탐욕하고 권력욕에 차 있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끝내 너희들을 파멸시킨다.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중에서





 

          백영규 작사 작곡 노래 : 을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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