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나는 발로도 연기한다

설리숲 2017. 12. 28. 22:28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는 팝가수이지만 영화계에서도 스타다. 여러 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했고 영화감독으로서 제작도 했다. <스타탄생> <추억> 등은 크게 흥행한 영화들이다. 연기자로서도 재능이 있다는 평가지만 한번도 그녀의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가 예쁘질 않아 몰입이 안 된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출연배우들의 외모가 관객에 가장 큰 어필 요소인 건 확실하다. 더구나 멜로드라마인 경우는 절대적이다.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는 여자주인공 혹은 남자주인공의 외모가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넙데데한 얼굴에 커다란 매부리코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외모는 주인공으로서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다.

  <시크릿 가든>은 현빈이 나왔기에 히트했고 <태양의 후예>는 송중기였으니까 흥행한 거지 잘생기지 않은 다른 배우가 출연했다면 아무리 명연기를 한들, 또 대본과 연출이 훌륭한 명작이었대도 외면당했을 것이다.


 1992년 영화 <보디가드>의 여주인공은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다. 그녀도 주인공이라 하기엔 외모가 특출하지 못했고 연기력은 더 형편 없었지만 영화는 대박을 쳤다. 이 경우는 휘트니의 인기도가 결정적이었다. 팝가수로서 최고의 인기가도를 누리던 때였고 게다가 남자주인공이 케빈 코스트너였으니! 감독의 속이 빤히 보이지 않는가. 작품성과 상관없이 흥행할 수밖에 없는 캐스팅의 사례다.


 당대 인기가도를 달리는 가수가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일이다. 남진도 나훈아도 조용필도 모두 영화에 출연했다.

 스스로 예술인입네 칭하면서도 감독 연출가들은 실은 돈과 흥행이 먼저다. 영화의 예술성이나 완성도는 뒷전이고 연기력이 안되는 인기가수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건 오랜 관행이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악습이다.

 아이돌 연기자 한둘 없는 드라마 없고 웬만한 아이돌 가수들은 한 번 이상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거나 출연하고 있다.


 송골매도 영화를 찍었고 젝스키스도 영화를 찍었다. 당시의 인기를 담보로 한 천박한 행태다. 심지어는 김흥국도 영화를 찍었다. 제목은 <아싸 호랑나비>였는데 과거 기사를 보니 관객 302명으로 한국영화 사상 최소 기록이라 한다. 당시 스크린쿼터제가 있어 한국영화는 제작만 하면 대부분 개봉관에 올릴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영화인들의 이 근천스러운 마인드다. 되도 않는 대본에 억지스런 설정, 이유 없는 노출장면, 손발 오그라들게 만드는 발연기의 인기가수 등.

  다행히 스크린쿼터 같은 불합리한 제도가 없어져서 <아싸 호랑나비> 따위의 영화가 나오지 않게 되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도 드라마를 켜면 여기도 아이돌 저기도 아이돌 아이돌 세상이다.


  영화배우로서의 휘트니 휴스턴을 폄훼하긴 했지만 그녀는 팝가수로서 최고의 디바다. 영혼을 울리는 노래와 음성으로 진한 감동을 전해준 불세출의 가수다. 함께 그 추억과 감성을 누렸던 같은 또래의 사람으로서 젊은 나이로 사망했을 때 한동안 큰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영화 <보디가드> 중에서 I Have Nothing : 휘트니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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